사설

북한은 대남 압박 멈추고, 정부는 대북 정책 재점검해야

2020.06.08 03:00 입력 2020.06.08 03:02 수정

북한 노동신문이 7일 탈북민들의 대북전단 살포를 규탄하는 각계의 반응을 보도했다. 사진은 마스크를 쓴 채로 노동신문을 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는 연못무궤도전차사업소 역전대대 노동자들. 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 연합뉴스

북한 노동신문이 7일 탈북민들의 대북전단 살포를 규탄하는 각계의 반응을 보도했다. 사진은 마스크를 쓴 채로 노동신문을 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는 연못무궤도전차사업소 역전대대 노동자들. 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 연합뉴스

북한이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문제를 들어 남북관계 단절까지 언급하는 등 연일 격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적은 역시 적” “갈 데까지 가보자”는 극언까지 나왔다. 대남사업을 총괄하는 통일전선부는 지난 5일 대변인 담화에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지적한 내용들을 집행하기 위한 검토사업에 착수할 데 대한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김여정 제1부부장이 남측 정부가 대북전단 살포를 방치할 경우 취할 조치로 거론한 개성공단 완전 철거, 연락사무소 폐쇄, 남북군사합의 파기를 실행에 옮길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비교적 안정적으로 운영돼온 남북관계가 2년 반 만에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 지극히 유감스러운 상황 전개다.

북한이 갑자기 이처럼 격한 태도를 보이는 배경과 의도는 분명치 않다.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 핵 협상을 둘러싸고 새로운 모색을 시도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여러 정황으로 볼 때 남북정상회담을 세차례나 열고도 미국의 대북제재 등을 해소하지 못한 남측의 역할에 실망감을 표시한 것은 분명하다. 북한 선전매체가 문재인 정부의 ‘남북관계와 북·미협상의 선순환’ 기조에 대해 “성격과 내용에서 판판 다른 남북관계와 조미관계를 억지로 연결시켜 ‘선순환관계’ 타령을 하는 자체가 무능의 극치”라고 한 데서 이런 인식이 보인다. 핵 협상을 진전시켜 경제개발을 촉진하려는 계획에 차질을 빚은 만큼 북한으로서는 답답할 것이다. 그렇다고 남측을 압박하는 것은 바람직한 문제 해결 방식이 아니다. 남북연락사무소와 남북군사합의는 문재인 정부 들어 남북이 거둔 최대 성과물이다. 이런 장치가 파기된다면 남북화해 기조는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고 만다. 북한은 남북관계를 위험으로 몰아넣는 대남 압박을 중단해야 한다.

정부도 상황을 관리하면서 대북 접근 방식을 총체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미국으로 하여금 북한과 협상에 나서도록 설득하는 한편 북한이 신뢰할 수 있는 대북 정책과 협력사업을 모색해야 한다. 탈북자 단체는 한국전쟁 70주년인 오는 25일 대북전단 100만장을 뿌리겠다고 한다. 탈북자 단체의 전단은 북한에 대한 극도의 증오·혐오 표현을 담고 있다.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용납하기 어렵다. 정부는 ‘북한 눈치 보기’ 비판에 굴하지 말고 대북전단 규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 당시인 2015년 1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대북전단 살포가 남북관계를 훼손하거나 주민 안전을 위협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을 정부에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바 있다. 정치권도 진영을 떠나 이 문제 해결에 협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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