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 맛… ‘자연밥상’ 이효재 추천 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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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5.08.27. 오전 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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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마전터 쇠고기국밥- 아삭아삭 콩나물개운한 국물이 일품
ㆍ하단 냉메밀 칼국수- 한겨울 감기 걸렸을 때 한 그릇 뚝딱

‘자연 밥상’을 고집하는 이효재씨의 도움을 받아 성북동 맛집을 찾아 나섰다.

이씨는 음식에 설탕은 한 숟가락도 넣지 않고 천연 양념 조미료도 가급적 쓰지 않는다고 했다.

마전터 마전터가 뭐지? 촌스러운 간판은 보이는데 입구를 찾는 게 쉽지 않았다. 돌계단으로 내려가니 한우 쇠고기 국밥집이었다. 마전터는 1765년 영조가 물은 맑지만 땅에 돌이 많아 사람들이 정착하지 못하자 마전(광목을 빨아 햇볕으로 표백하는 것)하는 권리를 주었다 해서 붙여진 성북동의 옛 이름이다.

마전터



‘빨래터=마전터’라는 유래를 듣는데 뚝배기가 나왔다. 모락모락 김이 나는 따끈한 국밥이었다. 국물을 한 숟가락 떠먹었다. 보기와 달리 맵지 않고 시원했다. 서울식이라 그런지 국물이 깔끔했다. 반찬으로 나온 물김치와 오징어 젓갈은 씹는 맛이 좋았다. 주인은 개운한 국물 비법이 콩나물에 있다고 했다. 잘 생긴 콩나물 길이가 딱 먹기 좋은 5㎝였다. 아삭아삭하니 식감도 좋았다. 쭉쭉 찢어나온 쇠고기 살점은 부드럽게 씹혔다. 이효재씨는 “콩나물의 시원한 맛과 잘 뽑아낸 맑은 육수가 일품”이라고 추천했다. 쇠고기국밥 8000원. (02)765-7575

하단 한겨울에도 냉메밀 칼국수가 가장 많이 팔리는 집이라고 했다. 외진 골목에 시골 읍내 식당 같은 분위기도 그랬지만 안주인의 손님을 대하는 태도가 여간 쌀쌀맞지 않다. 오전 11시30분부터 자리를 잡고 기다렸는데 음식은 낮 12시가 되어야만 내준다고 했다. 도대체 얼마나 맛있길래 저러나 싶었다. 불친절한 것도 매력이라면 매력일까.

하단의 냉메밀 칼국수



12시10분쯤 냉메밀 칼국수 한 그릇이 나왔다. 특별한 고명도 없었고 반찬이라곤 달랑 얼갈이김치뿐이었다. 첫 숟가락을 뜨는데 의외였다. 추운 겨울 앞마당에 묻어두었던 김장독에서 꽁꽁 얼린 동치미 국물을 꺼내 국수를 말아먹는 기분이었다. 면이 메밀이라 푸석푸석할 것 같았는데 웬걸 꼬들꼬들했다.

평안도 음식인 만큼 깔끔한 국물 맛은 믿어도 된다. 안주인은 직접 시골에서 담가온 간장만 쓴다고 했다. 정성스럽게 담근 백김치와 양지머리를 우려낸 육수가 맑은 맛을 더했다. 살얼음이 동동 떠 있는 칼국수 한 그릇을 바닥이 보일 때까지 먹고 나니 입술이 덜덜 떨렸다. 이효재씨는 “하단은 평양의 끝마을이라는 뜻”이라며 “피곤하거나 감기에 걸렸을 때 꼭 한 그릇을 비우고 가는 집”이라고 말했다. 냉칼국수 7000원. (02)764-5744

안동 할매 청국장 청국장을 시켰는데 반찬이 10가지나 나왔다. 별미는 심심한 고등어찜이다. 별다른 양념 없이 고춧가루만 두껍게 얹었다. 옛날 두부 두 조각과 간장 종지, 아삭한 숙주나물과 들쭉날쭉한 호박조림에 살캉살캉한 물김치 등 밑반찬에 밥 한 그릇 뚝딱이다.

안동 할매 청국장의 청국장



“반찬 좀 더 주세요”하는데 주메뉴인 청국장이 나왔다. 한 숟가락을 들었는데 톡하고 입안에서 터지는 콩알이 내 몸을 절로 건강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청국장은 안동에서 직접 띄워온다고 했다. 40년 성북동에서 살았다는 주인 할머니는 “아침을 거르는 사람들이 많은데 점심 한끼라도 든든하게 먹으라고 반찬을 골고루 내놓는다”고 말했다. 후덕한 할머니는 방금 쪄낸 고구마며 호박과 쌀강정도 무한정 공짜로 내준다. 이효재씨는 “밥맛이 없을 때 구수한 청국장에 밥을 말아먹으면 입맛이 돌아온다”고 말했다. 청국장 7000원. (02)743-8104

국시집 손으로 직접 빚은 칼국수로 유명하다. 아이들도 한 그릇을 다 비우고 가는 집이라고 했다. 다른 집과의 차이점은? 기계를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 밀가루 반죽은 오직 손으로만 치댄다. 매일 아침 7시 초벌 반죽을 해놓는 아저씨가 따로 있을 정도다. 반죽에 콩기름 등 일절 첨가물을 넣지 않는다. 손 반죽이 힘들어 매일 점심과 저녁 150그릇씩 300인분밖에 못 판다. 국물은? 면을 삶은 물은 텁텁하기 때문에 바로 버린다. 양지머리를 푹 삶은 육수에 면을 담아낸다. 옛날 방식 그대로 만들어내는 칼국수다.

면이 쫄깃하지는 않았지만 풀어지지도 않아 술술 잘 넘어갔다. 묵은 배추김치와 잘 익은 양배추김치를 얹어 국물 한 수저를 떠먹었다. 따로 다진 양념을 주었지만 넣지 않았다. 20년 단골이라는 이효재씨는 “국물을 떠먹다 보면 고개를 못 들기 때문에 같이 온 사람과 대화를 못할 정도”라고 했다. 칼국수 9000원. (02)762-1924

<정유미 기자 you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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