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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칼럼

[기고] 자원순환사회, 자원부국 만드는 길

입력 : 
2015-09-03 17:21:17
수정 : 
2015-09-03 17:5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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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열린 브라질월드컵에서 태극전사들이 입었던 유니폼은 버려진 1.5ℓ짜리 페트병 22개 분량의 폴리에스테르 섬유를 재생해 만든 것이었다. 우리는 에너지의 96% 이상, 광물자원 등 원자재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자원 빈국이다. 지난해 한국의 자원 수입액은 무려 371조원에 이른다. 매일 10억달러를 수출국에 지불한 셈이다. 이는 한국의 4대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자동차 선박 철강 수출액의 1.5배를 넘어서는 엄청난 금액이다. 자원 수출국이 재채기하는 시늉만 해도 우리는 독감을 앓아야 하는 자원 다소비국이다. 그러면서도 자원의 국내총생산(GDP) 생산성은 일본 독일 등 선진국을 크게 하회한다. 자원 낭비가 적지 않다는 뜻이다.

올해로 '쓰레기종량제'를 시행한 지 20년이 됐다. 생활폐기물 발생량은 종량제 이전보다 16% 감소한 반면 재활용은 3배 이상 증가해 21조원의 경제적 효과를 거둔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최근 수행한 폐기물 통계조사 결과는 자원 낭비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준다. 매립장이나 소각장으로 보내지는 종량제봉투에 투입한 폐기물 중 70% 이상은 재활용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특히 커피 소비량 증가로 1회용 컵 사용량이 폭증하면서 자원 허비를 부추기고 있다. 도시폐기물의 경우 독일과 스위스는 매립 제로화를 달성했으며 스웨덴 네덜란드 벨기에 노르웨이 덴마크 등도 이에 근접했다. 이에 반해 한국은 생활폐기물 매립률이 15.6%(사업장폐기물 포함 시 9.3%)로 매우 높아 자원이 무분별하게 영구 폐기되고 있다.

이탈리아 로마에는 2000년 된 신전 '판테온'이 건재하고 유럽 곳곳에는 지은 지 300~400년 된 건물이 즐비하다. 당시 건축기술은 현재보다 많이 뒤떨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어떤가. 현대기술로 세운 건물도 20~30년 지나면 안전진단을 거쳐 헐고 새로 짓기 바쁘다. 그뿐만인가. 상가는 주인이 바뀔 때마다 멀쩡한 인테리어를 뜯어내고 새로 한다. 귀중한 에너지와 자원이 소비될 뿐 아니라 뜯어낸 폐기물을 재활용하지 않으면 귀중한 자원을 용도 폐기하는 꼴이다. 자원의 낭비·허비에 다름 아니다.

퓰리처상 수상자인 에드워드 흄스는 '102t의 물음'이라는 저서에서 미국인 한 명이 평생 102t의 폐기물을 발생시킨다고 밝혔다. 그는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사용(Reuse), 재활용(Recycle), 에너지 회수(Recovery)의 3R와 더불어 과소비에 대한 '거절(Refuse)'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매년 9월 6일은 '자원 순환의 날'이다. 일상생활에서 '아나바다(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쓴다)'를 결심하고 실천하는 날로 삼아야 한다. 요즘 '업사이클링(Upcycling)'이란 개념이 주목받고 있다. 업사이클링이란 버려지는 물건이나 폐기물을 재활용하되 디자인 가치를 더해 원래 모습과 다른 새 제품을 만드는 활동을 말한다. 스위스 '프라이탁'이란 회사가 트럭용 폐방수천과 폐안전벨트 등으로 가방을 만드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현대미술의 거장 피카소가 자전거 안장, 핸들 등으로 만든 정크아트(Junk Art) 작품 '황소머리'도 업사이클링 사례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자원 빈국인 한국이 지속발전과 환경보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지름길은 무엇일까.

'자원순환사회' 구현을 앞당기는 것에서 그 해답을 찾아야 한다. 자원순환사회란 자연에서 채취한 에너지와 자원을 경제순환계에 지속적으로 머물게 하면서 재활용하는 사회를 말한다. 그래야만 지속가능한 사회가 될 수 있다. 자원을 폐기해버리는 매립이나 단순 소각 대신 아이디어와 기술을 최대한 동원해 재사용·재활용을 극대화할 때 비로소 자원순환사회가 가능해진다.

환경부에서는 '자원순환사회전환촉진법' 입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법안은 주요 사업체에 대해 자원 순환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지키도록 규정했다. 또 재활용보다 처리비가 상대적으로 낮아 시장에 맡겨두면 경제논리 때문에 줄어들기 어려운 소각 처리나 매립 처리에 대해 재활용 비용과의 차액을 부담금으로 회수함으로써 재활용이 극대화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담았다. 하루속히 국회 입법 절차를 마쳐 현세대와 미래 세대가 한국을 지속발전이 가능한 국가로 건설하는 데 매진하고 자원순환사회 구현을 앞당겨야 할 것이다.

[윤성규 환경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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