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체 드러낸 알파고, 우리는 '악마'를 소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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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바둑대결이 던져준 인공지능에 대한 기대와 우려

[오마이뉴스 글:김병권, 편집:박순옥]

 지난 10일 오후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두번째 대국에서 아마 6단인 아자 황 구글 딥마인드 리서치 사이언티스트(왼쪽)가 알파고 대신 흑돌을 놓고 있다.
ⓒ 구글 제공

인간을 대표하는 이세돌 9단과 기계를 대표하는 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의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의 대결이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알파고의 활약에 사람들 사이에서는 다가올 인공지능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논쟁이 뜨겁다. 마치 10여 년 전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논쟁을 재연하는 것처럼, 온갖 인공지능 관련 신개념과 이론들이 마치 상식용어처럼 난무하는 모습도 보인다.(<뉴욕타임스> 2016년 3월 9일자)

예상을 깬 알파고의 실력을 두고 한편에서는 이 시스템의 탄생을 주도한 데미스 하사비스(Demis Hassabis)라는 천재의 능력을 평가하기도 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광케이블에 연결된 막대한 컴퓨팅 자원을 실시간으로 활용하도록 허용된 알파고의 불공정한(?) 게임 방식을 지적하기도 한다. 또는 보다 근원적으로 바둑은 의연히 주어진 규칙 아래 정해진 틀에 따라 게임을 하는 것이라서, 규칙 자체도 수시로 바뀌고 정해진 틀도 깨지면서 혁신이 일어나고 있는 실제 세계에서는 아직 인공지능이 가야 할 길이 멀다는 외신의 평가도 있다.

현재 인공지능은 엄청나게 축적되고 있는 빅데이터 환경 아래 '기계학습(machine learning)'과 '심층학습(deep learning)' 기술의 발전으로 가속화되고 있는 중이다. 미국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은 2045년경에 인공지능이 인간을 뛰어넘는 특이점(singularity)에 도달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한다.

확실한 것은 이번에 구글에 의해 기획된 행사를 분기점으로 시민들 사이에서 인공지능을 보는 시각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는 점일 것이다. 지금까지 대부분은 암묵적으로, 사람들의 지적 활동을 지원해주는 도구로써 인공지능을 한정해서 보는 '약한 인공지능(weak AI)' 관점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멀지 않은 미래에 인간과 겨루게 될 지적 능력을 컴퓨터가 가지게 될 것으로 보는 '강한 인공지능(Strong AI)' 관점이 유행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그 이전에 급변하는 현재의 기술변화를 인공지능에 국한하지 말고 좀 더 확장해서 볼 필요가 있다.(하원규, 최남희, 2015, ?제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을 넘어 4차 산업혁명 되돌아보기

'AI 콘트롤타워'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성급히 발표하기도 했지만 그렇게 될 일은 아닌 듯싶다. 좀 더 차분하게 우리를 둘러싼 현재의 기술적 변화를 판단하고, 이를 파괴적인 방향이 아니라 혁신적인 방향으로 이끌어갈 지혜를 모아야 한다. 사실 이미 올해 초에 다보스 포럼은 '4차 산업혁명(The fourth industrial revolution)'이라는 화두를 던지면서 인공지능을 포함한 새로운 기술적 변화의 충격에 대해 상당히 포괄적인 문제제기를 던졌다. 그리고 이 조차도 실상은 미국과 독일 등을 선두로 한 '인터넷 산업'이나 '인더스트리 4.0' 등의 정책개념들이 오래전에 기획되고 준비되어 왔던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 인공지능의 획기적 발전을 포함하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조금 더 들여다보자. 다보스 포럼 창시자이자 독일 경제학자인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은 1차 산업혁명을 1760~1840년대 증기기관과 철도로 상징되는 기계제 생산으로, 2차 산업혁명을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걸친, 전기와 조립라인 출현으로 가능해진 대량생산 시기로 보았다. 그리고 1960년대 이후 반도체, 퍼스널 컴퓨터, 인터넷이 이끌어온 디지털 혁명의 시기를 3차 산업혁명의 시기로 정의한다. 여기에 더해 지금은 물리적 영역, 디지털 영역, 생물학 영역에서 동시에 상호작용하면서 속도와 깊이, 폭에서 과거와 차원이 다른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이를 4차 산업혁명이라고 그는 부르고 있다.

▲ 그림 바둑에서 가능한 경우의 수 모델 예시 (출처: 하사비스가 알파고를 설명하는 유투브 동영상에서)
ⓒ https://www.youtube.com/w

4차 산업혁명의 근간에는 사물인터넷(IoT)으로 대표되는 사람과 사물들 연결망의 대대적인 확대가 있는데, 현재 인터넷에 연결된 30억 명이 넘는 사람들과 100억 개가 넘는 사물들이 있고 여전히 인터넷에 연결되지 않은 1.5조의 사물들이 연결을 기다리고 있다. 한편 이들 사람들과 사물들의 네트워크를 통해 쏟아져 들어오는 디지털 데이터가 2010년에 비해 2020년에는 40배나 늘어나서 40제타바이트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은 광범한 네트워크와 이를 통해 들어오는 빅데이타를 기반으로 구축될 인공지능이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인공지능의 비약적 발전을 하나의 구성요소로 포함하면서 4차 산업혁명의 거대한 변화가 일종의 변곡점(inflection point)에 도달하고 있다는 것이 클라우스 슈밥 주장의 요지다. 이런 차원에서 보면 현재의 거대한 기술적 변화 추세에서 인공지능만을 따로 떼어 볼일은 아니며, 4차 산업혁명이라는 큰 틀 안에서 이해하면서 정책설계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우리의 미래는 기술혁신에 이어지는 사회혁신으로 결정

그런데 이 대목에서 강조해둘 것은, 첨단기술나 혁신적 기술이 그 자체로 사람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미리 결정된 필연은 없다는 점이다. 마치 기후변화나 생태 환경의 미래가 미리 결정된 필연적인 결과에 따라서 진행되기보다는, 사람들이 현재 어떤 결정을 내리고 어떤 선택을 하는가에 따라 재앙이 올 수도 있고 지구와 인류가 공생하는 방향으로 갈 수도 있는 것처럼, 기술혁신 역시 사람의 결정과 선택에 따라 비관적으로도 낙관적으로도 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기술변화가 사회구성원 다수에게 긍정적으로 영향을 주도록 사회와 제도를 지속적으로 혁신해 나가야 하고 그 정도에 맞게 기술에 대한 통제를 하는 부분일 것이다. 특히 많은 경우 역사에서 기술혁신이 자동적으로 긍정적인 사회변화로 이어지기보다는, 반대로 사회적 고통을 초래한 경우가 부지기수였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초기 산업혁명 시기에 고통스런 실업 사태와 광범위한 아동노동 착취,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이 유행했고 이에 저항하여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한 무수한 노력이 있음을 알고 있다. 최근에는 디지털 기술에 의해 뒷받침된 금융혁신이 세계화 추세와 맞물리면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이어진 글로벌 대침체의 촉매 역할을 했던 것도 알려진 사실이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그 후과의 반경 아래에서 세계가 신음하고 있는 중이다.

세계적인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인간은 생물학적으로 서서히 진화하는데 비해 인공지능은 그걸 훨씬 뛰어넘는 속도로 발전"하는 것을 장기적으로 우려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이보다 더욱 긴급하게 "우리가 필요한 모든 것을 기계가 만들어낸다면 , 다음 문제는 어떻게 그것이 분배되는가에 달려 있을 것"이라면서 기술혁신이 사회적 제도의 차이에 의해서 어떻게 극명하게 달라질 수 있는지를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만약 기계로 생산한 부가 모두에게 공유된다면 우리 모두는 고급스런 여가를 누리는 인생을 즐기게 될 것이다. 그게 아니고 기계의 소유자들이 부의 분배가 안 되도록 성공적인 로비를 하게 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참하게 가난하게 되는 쪽으로 귀결될 것이다." "현재까지 놓고 보면 추세는 후자 쪽으로 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불평등을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기술이 활용되고 있는 것 같다."(<가디언> 2015년 10월 8일자)

디지털 플랫폼 독점을 대신하는 혁신은?

인공지능의 발전을 포함한 4차 산업혁명의 미래에 대해, 장기적으로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능력을 추월할 가능성에서부터 중기적으로 일(work)의 본성과 일의 미래에 대한 거대한 변화의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분분하다. 그러나 그 결과는 상당 부분 기술 그 자체에 있기보다는 사회적 시스템이 이를 어떻게 수용하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그 전형적인 현재적 사례가 바로 디지털 플랫폼(digital platform)의 등장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공유경제(sharing economy)다.

4차 산업혁명에서 디지털 플랫폼은 "다양한 제품들을 매우 낮은 가격으로, 다양한 피드백을 통해 신뢰성을 부여하면서 수요와 공급을 매칭시켜 줌으로써" 기존산업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혁신을 창조하고 있다고 분석된다. 그 결과, 우버는 자동차 한 대도 없는 택시회사가 될 수 있었고 에어비엔비는 호텔 한 채 없이 세계적인 숙박 체인 사업체가 되었으며, 알리바바는 창고 없는 거대 소매업체가, 그리고 페이스북은 아무런 자체 콘텐츠 생산없이 대중적인 미디어 업체가 되었다는 것이다.

분명 광범위한 모바일 보급과 인터넷 연결의 확장, 빅데이터의 축적에 따른 디지털 혁명의 산물이며 과거에는 생각지도 못한 혁신일 수 있다. 그 결과 현재 자동차 한 대 없는 우버 기업가치가 약 680억 달러로 평가되면서 창업 5년 만에 150년 자동차 생산기업 GM을 넘어서는 아이러니가 펼쳐지고 있다.(Klaus Schwab, 2016)

더 나아가 업워크(Upwork: 프리랜서 일 중개 사이트)나 태스크 래빗(Task Rabbit: 배달, 청소, 요리, 쇼핑, 수리, 이사 등 초단기 아르바이트 중개 사이트)처럼 공유대상이 자동차나 빈방 같은 물건이 아니고 사람이나 사람의 재능으로 확대되면서 이른바 '휴먼 클라우드(Human Cloud)'라는 곳에서 기업주들이 필요에 따라 조금씩 사람들을 연결해서 사용하는 혁신이 일어나는 데까지 나아간다.

일하는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우버 택시운전도 조금 하고, 에어비엔비에게 빈방도 조금 빌려주고, 태스크 래빗을 통해 기술 노동도 몇 시간 제공해주면서 살아가는 '노동력의 포트폴리오'화가 진행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절대 노동시간과 노동공간에 대한 속박으로부터의 자유라고 해석할 수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디지털 플랫폼의 등장과 이를 통한 수요와 공급의 새로운 글로벌 연계는 노동의 자유만을 가져다 준 것이 아니라 '사회안전망으로부터의 자유'까지 덤으로 얹어주면서 사람들을 극도의 불안정한 수입과 사회 안전망 부재의 위험 속에 빠트리게 하고 있다. 물론 이 역시 디지털 플랫폼 자체가 아니라 디지털 플랫폼의 독점이라는 사회적 시스템 탓이며 이를 최근 '플랫폼 자본주의(Platform Capitalism)'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로 인해 디지털 플랫폼이 만들어낸 공유경제(sharing economy)가 실제로는 소비자의 편의만 강조한 나머지 노동자에게 지극히 불안정한 주문형 경제(on-demand economy), 임시직 경제(gig economy)로 귀결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트레버 숄츠(Trebor Scholz) 교수는 "소비자와 소유자, 주주의 입장에서 플랫폼 자본주의의 이점은 명확해 보인다. 그러나 취약한 노동자에게는 그렇지 않다. 또한 소비자의 장기적 가치 역시 기껏해야 불명료하다"고 평가한다.

이처럼 4차 산업혁명은 강력한 디지털 플랫폼의 등장을 알렸지만 이것이 사회적으로 플랫폼 독점, 사적 공유경제(corporate sharing economy) 시스템 아래에서는 노동의 불안정성, 분절화, 고립을 초래케 한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대목에서 더 이상 기술적 문제가 아닌 사회적 변화, 사회혁신의 문제가 부각되어야 하고 많은 사람들의 민주적 지혜가 모아져야 한다.

예를 들어 최근 하나의 사회혁신 아이디어로서 플랫폼 독점을 대신하는 플랫폼 공유 방안이 제안되고 있다. 그 구체적인 형태로서 위에서 언급한 트레버 숄츠는 플랫폼 협동주의(platform cooperativism)를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가 제시하는 협동적 플랫폼 모델은 대략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구성된다.(Trebor Scholz, 2015)

첫째, 우버나 에어비엔비가 활용하는 디지털 플랫폼의 기술적 핵심은 그대로 수용한다. 다만 민주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다른 소유모델을 도입하고자 한다.

둘째, 플랫폼의 소유와 운영에 대해서 사회적 연대성을 모색한다. 플랫폼은 노동조합, 지자체, 그리고 다양한 형태의 협동조합(다중 이해관계자, 노동자, 생산자 협동조합 등)에 의해서 소유될 수 있다. 도시 소유 플랫폼(city-owned platform), 생산자 소유 플랫폼(producer-owned platform)등이 그것이다.

셋째, 소수의 이익이 아닌 모두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혁신성과 효율성의 아이디어를 재구조화 시킨다.

이상 디지털 플랫폼 독점이 초래하는 당면한 일과 노동의 불안정성에 대해 요약하면서, 이를 플랫폼 협동주의와 같은 새로운 사회혁신으로 극복하지 않으면 기술혁신이 결코 우리의 삶을 저절로 개선시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와 같은 접근법은 많은 이들이 예견하듯이 멀지 않은 미래에 제 4차 산업혁명이 우리의 일자리를 사라지게 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똑같이 적용될 것이다. 또한 처음에 언급한 것처럼, 인공지능이 가공할 속도로 발전을 거듭하는 가운데 닥쳐올 미래의 비관적 전망을 해소할 때에도 마찬가지로 새로운 사회적 변화의 전망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될 것이다.

인공지능 연구는 악마를 소환하는 것이나 다름없고 핵무기 개발보다 위험하다고 주장한 일론 머스크는 "인공지능의 악용을 막아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강력한 인공지능을 활용할 수 있는 사람들을 늘리는 길뿐"이라면서 '오픈AI(Open AI)라는 연구단체를 설립하고 인공지능 기술을 공개하겠다고 선언했다고 한다.

그의 진단과 해법이 맞는지 틀린지에 대한 의견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다가올 기술혁신 그 이상으로 사회의 혁신을 능동적으로 기획하고 구상하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가 늘 낙관적일 수 없다는 점은 확실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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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김병권 기자는 서울혁신센터 산하 '사회혁신리서치 랩'의 소장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이 기사는 리서치랩의 <사회혁신 포커스>로 작성한 것을 재수정한 것이다. 또한 이 기사는 사회혁신리서치랩 블로그에도 동시게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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