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다시 발의된 차별금지법, 민주당이 책임지고 통과시켜야

2020.06.29 20:50 입력 2020.06.29 20:52 수정

정의당이 29일 이주민·난민·여성·장애인·비정규직·성소수자 등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차별금지법을 발의했다. 2013년 19대 국회에서 발의됐다가 철회된 지 7년여 만이다. 정의당은 “모든 차별에 반대하고 보편적 권리가 보장되는 세상을 희망한다”면서 다른 정당들의 동참을 촉구했다. 1948년 모든 사람의 보편타당한 인권을 선포한 세계인권선언 이후 각국은 세계인권선언의 정신을 실생활에서 구현하기 위해 차별금지 관련법을 제정해왔다. 그런데 유독 한국에서는 이 법안이 국회의 장벽에 막혔다. 부디 21대 국회는 법 통과에 힘을 모아 한국의 인권을 한발 전진시키길 기대한다.

모든 사람이 인종·건강·성별·성적지향·나이·학력·고용형태 등에 따라 차별받지 않게 하자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은 시대적 흐름이다. 그런데 이렇게 명분있는 법안이 국내에선 10년 넘게 표류하고 있다. 2007년 노무현 정부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법안이 보수 기독교계의 반대에 막힌 후 되레 후퇴를 거듭했다. 그간 7차례나 발의된 법안이 처리되지 못했다. 20대 국회에선 국회의원 10명의 동의를 얻지 못해 발의조차 못했다. 가장 큰 이유는 기독교계가 동성애 확산의 계기가 된다며 법 통과를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법 취지가 동성애에 대한 찬반이 아니라 성적지향을 이유로 차별하지 말자는 것임에도 이를 곡해하고 있다. 매우 유감스럽다. 이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한국은 인권후진국으로 낙인찍혔다.

한국 사회에서 차별금지법 추진이 늦어지는 동안 시민들의 인권 감수성은 꾸준히 높아졌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차별금지법 제정 요구가 강화됐다. 최근 국가인권위원회가 내놓은 국민인식조사 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시민 10명 중 9명이 자신도 차별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88.5%가 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했고(지난해 3월 조사에선 72.9% 찬성), 응답자 73.6%는 “동성애자, 트랜스젠더 등과 같은 성소수자도 동등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답했다. 이제 차별을 더 이상 용납해선 안 된다는 시민들의 요구에 정치권이 답할 차례다. 특히 어정쩡한 태도를 취해온 더불어민주당은 “사회적 합의를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구차한 변명 뒤에 더 이상 숨어선 안 된다. 노무현 정부가 시작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에서 공약한 이 법 제정을 민주당이 외면하는 것은 이율배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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