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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마다 남긴 결정적 한마디…‘YS 어록’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유정인 기자

일본 정치인들 망언엔 “버르장머리 고쳐놓겠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굴곡진 현대사에서 맞부닥친 위기의 순간마다 ‘결정적 한마디’를 남겼다. 독재정권의 억압에도, ‘민주화 동지’들의 비판에도 늘 정면 돌파를 택했던 그의 일성(一聲)은 직설적이고 함축적이었다. 그의 말은 때론 의도 이상의 울림을 낳으며 시대의 어둠과 여명을 대변하는 ‘증언’으로 남았다.

김 전 대통령의 말 중 가장 많이 회자되는 것은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오고야 만다”는 한마디다. 박정희 정권 말기인 1979년 10월4일, 정부 비판적 인터뷰를 했다는 이유로 의원직에서 제명당하며 남긴 말이다. 이는 막바지에 이르던 유신독재와 민주화를 열망하는 민의를 대변한 ‘명언’으로 기록됐다.

좌우명으로 삼았던 ‘대도무문(大道無門)’도 자주 언급했다. 의원직 제명 4개월 전 신민당 총재에 재선한 뒤 언론 인터뷰에서도 이 단어를 거론하며 “정직하게 나가면 문은 열린다. 권모술수나 속임수가 잠시 통할지는 몰라도 결국은 정직이 이긴다”고 했다.

군사정권 시기엔 숱한 ‘저항 어록’을 남겼다. 1973년 김대중 납치 사건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한국에는 통치가 있을 뿐 정치가 없다. 정치가 없는 곳에 민주주의는 없다”고 했고, 10년 뒤 5·18민주화운동 3주기 단식농성 땐 “나를 해외로 보낼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나를 시체로 만든 뒤 해외로 부치면 된다”고 일갈했다.

1990년 ‘3당 합당’으로 민주화 동지들에게서 ‘변절’이란 비판을 받자 그는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로 들어가야 한다”며 정면 돌파했다.

대통령 집권기 개혁과정에서도 그의 말은 거칠고 가감이 없었다. 취임 직후 하나회 척결과정에 비판이 제기되자 “개가 짖어도 기차는 달릴 수밖에 없다”고 일축했다. 1995년 한·중 정상회담 후 회견에서 일본 정치인들 망언에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고 한 것도 두고두고 회자된다.

대통령으로서 마지막 한마디는 씁쓸했다. 다사다난했던 집권 기간을 거친 정치인 김영삼의 고뇌가 묻어났다. “영광의 시간은 짧았지만, 고통과 고뇌의 시간은 길었습니다.”(1998년 2월24일, 대통령 퇴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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