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마침내 12일 손을 잡는다. 세계의 눈과 귀는 북-미 두 정상이 만나는 싱가포르로 쏠려 있다. 6·12 북-미 정상회담은 70년 동안 적대관계에 놓여 있던 두 나라의 정상이 사상 처음으로 마주앉는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세계사적 사건이라 할 만하다. 김정은 위원장에게는 서방 외교무대에 처음 등장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북-미 관계는 남북관계와 연동되기 때문에 이번 회담은 우리에게도 4·27 남북정상회담을 뛰어넘는 중대한 의미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막판 통화를 한 것은 회담의 성과에 ‘한반도 운명’이 걸려 있음을 절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회담의 두 주역인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을 둘러싼 분위기는 회담 결과를 조심스럽지만 긍정적으로 전망하게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에 도착한 다음날 ‘흥분된 분위기’를 트위터에 올리는가 하면,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와 만나서는 ‘북-미 정상회담이 매우 흥미롭고 잘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 매체들도 이례적으로 김 위원장의 싱가포르행을 자세히 보도하면서 회담에 대한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두 나라 모두 회담이 성공하기를 바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정상회담 전날까지 두 나라 실무자들이 합의문 초안을 조율하기 위해 만난 것을 보면, 최종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두 정상의 마지막 결심에 달렸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것은 ‘두 정상이 과연 공동선언을 낼 수 있느냐’라고 할 수 있다. 의미 있는 공동선언이 나오려면 핵심 쟁점인 비핵화와 체제보장을 놓고 양쪽이 극적인 합의에 이르러야 한다. 미국은 회담 직전까지도 북한에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의 명문화를 요구했고, 북한은 여기에 맞서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체제보장’(CVIG)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두 나라가 이 문제에서 판문점 선언의 약속인 ‘완전한 비핵화’와 9·19 공동성명에 명기된 ‘검증가능한 비핵화’를 종합해 ‘완전하고 검증가능한 비핵화’ 수준에 합의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상당한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이 미국에 실질적 위협이 되는 핵탄두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조기에 얼마나 폐기·반출하느냐도 관심사다. 북한이 핵탄두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일부라도 수개월 안에 폐기하는 데 동의한다면 비핵화 시간은 급속히 빨라질 것이다. 물론 북한이 이런 양보를 단행하려면 미국도 체제보장의 확실한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한반도 종전선언과 불가침 약속, 상호 연락사무소 설치, 대북 제재의 단계별 해제에 더해 평화협정 체결과 국교 수립까지 체제보장과 북-미 관계 정상화의 시간표가 대략적으로라도 나와야 한다. 두 정상의 결단이 거듭 필요한 대목이다.
완전한 핵폐기라는 미국의 관심사와 완전한 체제보장이라는 북한의 관심사는 서로 충돌하는 면이 있기 때문에 언제라도 협상이 어긋날 수 있다. 북-미가 지난 몇달 동안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면서도 여기까지 왔다는 것은, 두 나라가 회담 성공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역으로 보여준다고 할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이 전쟁과 대결의 과거와 결별하고 평화의 새 시대를 여는 ‘통큰 담판’의 자리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