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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탈원전 후폭풍에 2년 연속 적자 수렁에 빠진 한전

입력 : 
2020-03-02 00: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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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국전력 영업적자가 1조3566억원에 달했다. 2년 연속 적자인데 규모는 전년보다 6.5배 커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이후 11년 만에 가장 큰 적자 폭이다. 한전은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연속 5년 흑자를 냈던 회사이고, 2017년 흑자 폭은 무려 5조원에 육박했다. 그랬던 회사가 최고 실적을 기록한 바로 다음 해 적자로 돌아서더니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일상적인 경영환경 변화로는 설명이 안 되는 극단적 추락이다. 정확히 현 정부 탈원전 정책이 본격 가동에 들어간 이후 나타난 변화다.

한전은 지난해 적자가 탈원전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한다. 예년에 비해 여름이 덜 덥고 겨울이 따뜻해지면서 전기 판매 수익이 줄었고 온실가스 배출권 등 환경부담금이 늘어난 것을 주된 적자 요인으로 꼽았다. 이 같은 설명은 그러나 구조적 요인에 눈감고 있다. 전기 판매 수익 감소 등이 적자 폭 확대에 기여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지난해 원전 이용률은 70.6%로 한 해 전 65.9%보다는 올랐다. 그러나 현 정부 이전 원전 이용률이 80~85%에서 움직였던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다. 가장 값싼 전력원인 원전 이용률이 낮으면 발전 비용이 더 들게 된다. 반면 비싼 전력원인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 공급 의무 비율은 2016년 3.5%에서 지난해 6%까지 올랐다. 해외 국가들도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는 추세이긴 하지만 이에 따른 비용 부담 증가를 원전 이용률을 높여 상쇄한다. 한국은 원전 비중을 낮추면서 그 공백을 LNG 발전으로 채웠다. 온통 비싼 전력원들만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비용은 실시간으로 느는데 전력요금에 반영할 수 없다. 적자가 눈처럼 쌓이게 되는 구조다.

한전이 이 같은 적자 구조를 언제까지 안고 갈 수는 없다. 한전 이사회는 지난해부터 요금 개편 주장을 계속해오고 있다. 그때마다 총선을 앞둔 정부·여당이 틀어막았다. 결국 총선 이후에는 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탈원전이 마침내 국민 호주머니를 축내는 지경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한전 적자가 고스란히 국민의 빚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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