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자의적으로 기준 바꿔 국제중 없애며 ‘교육 다양성’ 말하나

동아일보
입력 2020년 6월 1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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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이 어제 대원국제중과 영훈국제중에 대해 국제중 지정 취소 결정을 내렸다. 5년에 한 번씩 하는 재지정 평가에서 커트라인 미달로 탈락시켰는데, 국제전문인력 양성과 교육격차 해소 노력이 저조하다는 점을 주된 이유로 들었다. 서울시교육감의 지정 취소 요청에 교육부 장관이 동의하면 지정 취소가 확정된다. 지난해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교육부가 자율형사립고(자사고) 무더기 지정 취소와 시행령 개정을 통한 일괄 폐지를 밀어붙였듯이 이번에도 지정 취소 확정의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번에도 평가의 공정성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기존에 60점이던 재지정 커트라인을 올해부터 70점으로 10점 높였다. 평가지표 중 하나인 ‘감사지적 사항 감점’의 배점도 5점에서 10점으로 올렸다. 두 학교는 학교 운영 등과 관련해 감사처분을 받은 것이 있었는데 이번에 주요 감점 요인이 됐다. 정성평가 항목이 대폭 늘어난 것도 평가지표의 객관성을 떨어뜨렸다. 국제중을 폐지하겠다는 방침을 미리 정해 놓고 평가기준을 자의적으로 꿰어 맞춘 것이란 의심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교육청은 국제중이 ‘국제 문화를 이해하는 글로벌 인재 양성’이란 애초 목적과 달리 특목고로 가는 징검다리가 돼 영어몰입교육 등으로 사교육을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글로벌 인재로 성장하기 위해 영어능력을 키우는 것은 필요한 일인데 이를 문제 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국제중 출신 학생들의 자사고·특목고 진학 비율이 높은 것은 사실이나 그런 배경에는 열정적으로 가르치고 공부한 교사와 학생들의 노력도 있음을 외면해선 안 된다. 그런데도 모든 책임을 학교 제도 탓으로 돌리는 것은 교각살우의 우를 범하는 것이다. 자사고 폐지에 이은 국제중 폐지는 학생의 다양한 잠재력을 키우고자 애써온 우리 교육의 성과를 말살하고 획일화된 평준화로 되돌리려는 퇴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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