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우려스러운 북·미 간 ‘협상 교착’ 책임 떠넘기기

2019.09.01 20:37 입력 2019.09.01 20:39 수정

북한과 미국이 북핵 해결을 위한 실무협상을 두고 두 달째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북한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지난달 31일 담화를 통해 “미국과의 대화에 대한 우리의 기대는 점점 사라져가고 있으며, 우리로 하여금 지금까지의 모든 조치들을 재검토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로 떠밀고 있다”고 말했다. 미 재무부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북한 정제유 제품의 불법 환적 등에 연루됐다며 대만인 2명과 대만 및 홍콩 해운사 3곳에 대한 제재를 추가로 시행했다. 한·미 연합훈련만 끝나면 곧바로 북·미 실무협상이 열릴 것이라는 전망과 전혀 딴판이다.

북·미가 최근 주고받은 발언을 보면 이것을 과연 실무협상을 앞둔 기싸움으로 치부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북한은 외교수장 리용호 외무상에 이어 대미 협상 실무 총책인 최선희 제1부상까지 나서 미국을 비난했다. 최고위 협상가들이 “인내심을 시험하지 말라”고 하는가 하면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와 핵실험 중단,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등을 거꾸로 되돌릴 수 있다고 공언하고 있다. 미국 또한 대북 제재를 풀 생각이 없어 보인다. 특히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달 30일 세계 강제실종 희생자의 날을 맞아 발표한 성명에서 북한의 약점인 인권문제까지 건드렸다. 북·미가 이렇게 신경전만 벌이는 것은 북핵 문제 해법에서 접점을 찾지 못해서다. 북한은 미국을 향해 체제 안전보장 등 카드를 제시하고 나오라는 것이다. 반면 미국은 일단 만나서 이야기하자는 식이다. 북·미 모두 협상의 여지를 남겨놓고 있지만 북한이 대미협상의 시한으로 설정한 연말까지 양측이 만날지조차 장담하기 쉽지 않다.

북·미가 당장 협상에 나서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북한은 리용호 외무상의 오는 9월 유엔 총회 참석을 취소했다고 한다. 북·미 외교수장이 만날 기회가 사라진 것이다. 지금 북·미 간에 시급한 것은 실무협상을 조기에 개최하는 것이다. 만약 북·미 실무협상 개최가 미뤄지거나 열려도 아무 성과 없이 끝날 경우 북·미관계는 언제든 대치 국면으로 치달을 수 있다. 특히 내년에는 미국의 대선이 있어 불확실성이 커진다. 서로 대화 의지를 버리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사이에 신뢰가 남아 있는 동안 북·미는 협상을 시작해야 북핵 협상의 결정적 해법을 낼 수 있다. 북·미는 당장 소모적인 신경전을 중단하고 속히 실무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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