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바로가기

기사 상세

사설

[사설] G2 패권전쟁 격화 경고한 세계지식포럼

입력 : 
2019-09-26 00:03:01
수정 : 
2019-09-26 11:41:12

글자크기 설정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기술전쟁으로, 그리고 2차 냉전으로 가고 있다." 니얼 퍼거슨 하버드대 교수가 25일 세계지식포럼 개막토론에서 던진 말이다. 그는 "미국과 소련의 1차 냉전 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생각하면 한국은 2차 냉전을 가장 두려워해야 한다"며 우리에게 묵직한 경고음을 날리기도 했다.

'G2 경제전쟁'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 토론에서 퍼거슨 교수와 린이푸 베이징대 교수는 2만위안(약 340만원)을 걸고 즉석에서 내기를 펼칠 정도로 뜨거운 설전을 벌였다. 급변하는 세계 질서에 대응할 통찰력을 모색하는 세계지식포럼에서 연출되는 묘미 중 하나라 할 만하다. 퍼거슨 교수는 "1996년 미국의 10%에 불과했던 중국 국내총생산(GDP)이 미국을 추월하려는 것은 지식재산권 침해, 통화 조작, 비관세장벽의 결과"라며 날을 세웠다. 이어 "중국을 이제서야 규제하는 것이 오히려 놀라운 일"이라고 했다. 이에 맞서 린 교수는 무역은 모두 윈윈하는 방식이라는 전제하에 "미국 무역적자가 늘어난 것은 소비보다 생산이 적은 미국 내부의 구조적 문제 때문"이라고 반발했다. 단기적 경제전망에 대해서는 린 교수가 "미국·유럽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있어 세계 경제를 좀 비관적으로 본다"면서도 "중국 경제는 연 6% 성장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퍼거슨 교수는 "중국 성장률은 정부가 정하기 나름"이라며 불신을 표시한 뒤 "6%로 성장률을 발표하더라도 그보다 낮은 것으로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미·중 패권경쟁의 미래를 놓고는 퍼거슨 교수가 "소련이 미국을 추격할 것이라고 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고 일본·독일도 미국을 추월하지 못했다"고 했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자유민주주의가 항상 전체주의를 이겨 왔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앞으로 수년 동안 미국은 롱(매입), 중국은 숏(매도)"이라며 중국 견제에 자신감을 표시했다. 린 교수는 이 대목에서 "앞으로 20년 내에 중국이 미국을 당연히 앞지를 것으로 본다"며 즉석 내기를 걸었다. 두 석학은 토론 과정에서 수많은 통계와 현상을 인용하며 팽팽히 맞서 미·중 무역전쟁이 상당히 오랫동안 격렬하게 진행될 것임을 예고했다. 미·중 간 2차 냉전에서 한국이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에서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이 싸움에 대응할 통찰력으로 무장하는 일이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