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 경제의 장기 침체, 일자리 부족과 인재의 역외 유출, 고령화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원인은 무엇일까? 울산이나 경기 수원처럼 대기업을 지역에 유치하고 미래 일자리 전략 산업을 선점하지 못한 것이 주요 원인이다. 모든 도시가 자동차, 조선, 전자산업의 생산기지가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대기업이 유치될 때까지 지역경제의 끝없는 추락을 방치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 때문에 일자리 창출을 통한 시민행복의 새로운 경제정책의 대안을 찾는 것이 시대적 과제라 할 수 있다.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선진국에서도 대안경제 정책인 사회적경제 활동이 오래전부터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 같은 사회적경제가 부산의 미래 경제정책에도 많은 시사점이 던져준다고 볼 수 있다.
21세기 들어 고용 없는 성장, 부와 기회의 양극화는 이제 특정 국가와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인 공통 과제가 됐다. 올해 초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보고된 자료를 보면 세계 최고 부자 80여 명의 재산이 세계 인구의 절반에 해당하는 소득 하위 35억 명의 재산과 맞먹는다고 한다. 2011년 세계 경제의 중심인 미국 뉴욕의 월스트리트와 유럽 각국에서 벌어진 99% 시민들의 '1%의 세상을 점령하라'는 구호의 시위는 그들의 불안과 불만이 폭발한 것이다.
2013년 말 미국 오클랜드에서 실리콘 밸리로 가는 세계적 IT기업 애플과 구글의 통근버스를 가로막고 청년, 실직자, 노숙인들이 시위했다. 애플과 구글은 엄청난 수익을 창출하고 지역경제에 막대한 역할을 하는 혁신과 고부가가치 경제의 아이콘이다. 그런데 왜 이런 세계적 기업이 사회적 약자와 구직을 원하는 청년에게서 배척과 항의를 받는 것일까?
세계 경제 현장에서 신자유주의는 승자가 이익과 기회를 독식하는 제로섬(zero-sum)으로 몰고 가기 때문이다. 나누어야 할 몫이 한정돼 있다 보니 이득 보는 이가 있으면 손해 보는 이가 필연적으로 생기는 구조다. 대기업에 근무하는 고임금자 소수를 제외하고는 대다수가 높은 물가의 생활고에 시달리고, 주택 및 생활 비용으로 차입된 금융 부채를 해결하지 못해 신용불량자와 경제적 빈곤자로 전락하고 만다. 이처럼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효율만 강조한 신자유주의를 보면 많은 것을 얻었지만, 그만큼 많은 것을 잃기도 했다.
사회적경제는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협동조합 등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와 이윤을 창출하는 동시에 사회적 목적도 추구하는 새로운 경제 영역이다. 이는 경제적 양극화, 승자 독식의 신자유주의의 한계와 부작용을 치유할 수 있는 대안으로 손색이 없다. 이제 물질적 탐욕과 이기심이 아닌 협동과 호혜, 이타심으로 사회적 목적을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경제의 출현은 필연적이다.
2007년 '사회적기업 육성법' 시행과 2010년부터 안전행정부 시책사업으로 추진된 '마을기업', 2012년 '협동조합기본법' 시행으로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역사가 일천하고 미흡한 점도 있지만, 그동안 우리 사회의 인식 변화와 대안적 성과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99%의 대안으로 꼽히는 사회적경제는 이제 시작 단계이고 지속 발전 가능한 사회적경제가 되기 위해서는 안정적으로 수익이 발생하고 일자리가 늘어나며 사회적 목적을 달성해야 한다. 수적, 양적 발전과 증가에도 불구하고 지속 가능성에는 난제가 많다. 기업 활동의 중요한 요소인 자본 조달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6·4지방선거에서 선출된 서병수 부산시장 당선인을 비롯한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이 사회적경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사회적경제의 발전을 통해 주민의 삶을 발전시키고 지역 공동체를 재생하고 지역의 인적, 물적, 문화적, 역사적 자원의 활용을 통해 지역경제 발전을 가져올 수 있어서다.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재정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다. 영리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한계가 있다. 사회적경제는 시장에서 우리의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적 방안이다. 시민사회의 동의와 동참이 전제 조건이다. 해서 사회적 대통합의 방법이기도 하다.
특히 우리 부산은 사회적경제 생태환경이 잘 구축돼 있다. 우리나라 최초로 만들어진 사회적기업연구원과 부산시 사회적기업센터가 있다. 여기에 사회적거래소까지 만들어지면 사회적 가치에 따른 체계적인 금융 지원도 가능한 우리나라 최고의 사회적경제 인프라를 갖춘 도시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부산시 사회적기업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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