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반성문 대필 성행 '진심도 없고, 효과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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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5.10.09. 오후 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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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앵커 ▶

지하철에서 여성을 몰래 촬영한 남성이 법원에 제출하기 위해서 쓴 반성문 보실까요.

용감한 시민도 있는데 저는 그러기는커녕 무고한 여성에서 몹쓸 짓을 했습니다.

여러분, 어떠십니까?

진심이 좀 느껴지십니까?

그런데 실은 이 반성문은 본인이 직접 쓴 게 아니라 한 업체가 돈을 받고 대신 써 준 겁니다.

이런 대필 업체들이 성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박성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한 법원 반성문 대필 업체의 홈페이지입니다.

음주운전과 절도, 사기, 성폭행 등 모든 범죄의 반성문 대필이 가능하다고 광고하고 있습니다.

이 업체에 '지하철 몰카' 범죄와 '음주 폭행' 사건에 대한 반성문을 의뢰해 봤습니다.

A4용지 두 장 분량에 가격은 15만 원씩.

하루 만에 반성문이 도착했습니다.

지하철 몰카 범죄는 '비열' '혐오' '파렴치' 같은 자책성 문구가 들어가 있습니다.

음주 폭행 사건 반성문은 우발적 범죄임을 강조하면서 '감정' '시비'와 같은 표현을 썼습니다.

[반성문 대필업자]
"반성할 의사가 없었음에도 써줬더니 베껴 적으면서 '정말 이래서는 안 되겠구나' 이렇게 느끼면 되는 거야. (판사에게) 참작이 되는 거예요."

하지만 두 반성문은 사건에 따른 단어 선택만 달랐지 마치 끼워넣은 듯 형식이나 구조, 분량이 거의 똑같습니다.

판사들은 평소 대필로 보이는 반성문을 자주 접하고 있고, 이 때문에 형식적인 반성문은 형량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여상원/변호사(판사 출신)]
"워낙 천편일률적인 반성문이 많고, 구속된 6개월 동안 매일 쓰는 분도 있습니다. (반성문을 썼다고) 손해될 건 없지만, 이익될 것도 없어요."

법조계 관계자들은 형사 재판에서 선처를 받기 위해서는 피해자와 합의를 보는 실질적 노력이 우선돼야 하고, 반성문이나 재판정에서 보이는 감성적 태도는 부수적인 판단 기준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MBC뉴스 박성원입니다.(박성원 want@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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