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나경원의 악질적인 지역감정 조장, 규탄한다

2019.09.01 20:38 입력 2019.09.01 20:39 수정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지난달 30일 부산 장외집회에서 “문재인 정권은 광주일고 정권이라는 이야기도 있다”고 공격했다. 그는 “부·울·경을 차별하면서 더 힘들게 하는 정권에 대해 부산·울산·경남 지역 주민들이 뭉쳐서 반드시 심판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1야당의 원내 리더가 대중 앞에서 해묵은 지역감정의 불을 지른 것이다. 금도를 깨고 국민을 편 갈라 이용하려는 정치 퇴행이 매우 유감스럽다.

나 원내대표가 시민들을 자극하며 내놓은 논거는 자의적이다. 그는 “이 정권이 부·울·경 쪽에 인재를 등용하는가 봤더니, 서울 구청장 25명 가운데 20명이 광주·전남·전북 출신이더라”고 말했다. 서울 구청장은 시민들이 뽑는 선출직이다. 흔히 지역 차별 문제는 고위 임명직을 기준으로 삼는다. 경향신문이 지난 5월8일 분석한 ‘한국의 파워엘리트 232명’에서 PK 출신은 20.3%이며 현 정부 2년간 1.5%포인트 증가했다. 이명박 정부 첫해 15.2%, 박근혜 정부 3년차인 2015년 조사 때 15.6%보다 상승한 숫자다. 나 원내대표가 “부산 지역 아파트값은 100주 연속 하락하고 있다”고 덧붙인 말도 자극적이다. 인터넷 검색창에 ‘아파트 가격’을 치면 몇주째, 몇달째, 수년째 집값이 하락하고 0% 밑으로 저공비행하는 광역시·지방도시 이야기가 숱하게 이어진다. 국외 분쟁까지 얹어져 심화되고 있는 작금의 경기침체 이야기도 유독 특정 지역을 가릴 게 없는 상황이다. 2000년 김대중 정부 시절 “부산과 대구에는 추석이 없다”던 보수 매체의 편향적 제목과 맥이 닿는다. “부·울·경을 차별하고 더 힘들게 하는 정권”이란 나 원내대표 설정은 작위적이고, 사실과도 거리 있고, 보고픈 것만 확대경을 들이대는 확증편향이다.

지역갈등은 한국 정치를 왜곡시켜온 고질병이다. 국론을 분열시키고 정책을 실종시키는 폐해가 유달리 컸다. 1992년 대선의 ‘초원복집’ 사건부터 그 갈등의 흑역사에서 자유롭지 못한 곳이 한국당이다.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르며 모두 역사의 한 페이지를 넘기려 노력할 때 다시 유리그릇을 깨는 시대착오적 ‘발언’이 도진 것이다. 나 원내대표에게는 “몇달 전 대구에선 가덕도신공항을 부산에 줘 TK를 차별한다고 했다”(김부겸 의원)며 지역감정 자극이 ‘상습적·악의적’이라는 역공도 커지고 있다. 그의 발언은 지난달 ‘대한민국 대전환 5대 실천 목표’를 내놓으며 지역갈등을 끝내야 할 잘못된 정치로 지목한 황교안 대표의 ‘광복절 담화’도 희화화시켰다. 역사엔 ‘분열의 정치인’과 ‘통합의 정치인’이 기록된다. 나 원내대표는 품격과 절제를 잃은 정치의 위험성을 직시하며 상처 입은 시민과 역사 앞에 사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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