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외교관계 단절 사태가 국내외에 메가톤급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중동의 두 패권국이 대립하면서 모처럼 조성됐던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격퇴를 위한 국제 연합전선의 운명이 위태로워졌다. 세계 경제의 주요 변수인 국제유가 역시 주요 산유국의 극한 대결 탓에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사우디의 단교 조치는 최대 우방국인 미국조차 사전에 포착하지 못했을 정도로 전격적으로 단행됐다. 사우디는 2011년 3월 시리아 내전이 발생했을 때 이란의 지원을 받는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해 IS 등 수니파 반군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란은 러시아 등을 규합해 알아사드 정권을 지켜낸 데 이어 같은 시아파인 이라크와 예멘 후티 반군 등으로 그 세력권을 넓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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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 지난해 7월 주요 6개국(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과 최종 타결한 핵협상은 사우디의 중동 내 위상을 더욱 위축시켰다.
국제사회의 경제제재 해제시 이란이 해외자산 1000억달러(약 118조6300억원)와 하루 200만배럴 정도의 원유 수출금으로 이라크와 예멘, 레바논 등 시아파 국가들에 대한 물량공세를 퍼부을 것이라는 점도 사우디의 골머리를 앓게 했다. 1년 전 취임했으나 혈통 논란과 국제유가 하락 등으로 국내 권력기반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살만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 국왕의 국내 위상도 이란에 대한 초강경책의 배경이 됐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분석했다.
당장 이번 달로 예정된 시리아 내전 종식 협상이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IS 격퇴를 마지막 외교 치적으로 삼으려는 버락 오바마 미국 정부의 구상도 차질을 빚게 됐다.
사우디의 단교 선언에 이란은 일단 자제하는 분위기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사우디의 시아파 성직자 처형 등을 비판하면서도 “우리는 이란의 성스러운 명성을 해치는 범죄집단의 불법 행위(이란 주재 사우디 대사관 공격)를 용인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동에서 양국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첨예히 대립하고 있는 만큼 당분간은 예멘, 시리아 전선 등을 통한 대리전이 지속될 전망이라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양국 사이에서 외교적 중재를 맡을 수 있는 미국은 선거국면이고 러시아는 외길을 가고 있으며 유럽은 실질적 힘이 없다”면서 “새해 벽두부터 국제정세가 미궁에 빠졌다”고 말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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