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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인화와 혁신` 구자경 회장의 경영철학을 다시 생각한다

입력 : 
2019-12-16 00: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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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혁신을 하면서 '여기까지가 끝이다'라고 하게 되면 그것이 곧 발전의 한계가 되고 만다. 경영혁신은 끊임없이 더 높은 목표를 지향하여 추구해야 하는 '종착역이 없는 여정'인 것이다." 14일 별세한 구자경 LG 명예회장이 저서 '오직 이 길밖에 없다'에서 밝힌 혁신론이다. 구 명예회장이 1970년 럭키금성 2대 회장에 취임한 이후 25년 동안 LG를 글로벌 기업 으로 키울 수 있었던 것도 혁신을 멈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1950년 회사 운영에 합류한 그는 현장에서 허드렛일을 도맡아 하며 단련된 1.5세대 경영인이다. 현장 경험은 구 명예회장 25년 재임 기간 LG 매출을 260억원에서 30조원, 종업원 수를 2만명에서 10만명으로 증가하게 한 밑거름이 됐다. 그는 국토가 작은 나라는 기술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강소토국 기술대국' 철학을 강조하며 화학·전자 산업의 중흥을 이끌었다. 재임 기간 연구소 70개를 설립했을 정도다. 1970년대 기업공개와 합작사업을 전략적으로 추진한 것도 앞서간 결정이었다. 자본을 모으고 기업을 현대화하기 위해 1979년까지 10개 계열사의 기업공개를 단행했고, 합작사업을 통해 선진국의 기술과 경영 노하우를 습득했다.

1988년 선포한 '자율경영'도 구 명예회장의 공로로 꼽힌다. 수직적 리더십에서 탈피해 계열사 사장들에게 사업 전권을 위임한 '자율경영'은 그룹 경영의 대원칙으로 자리 잡고 있다. 5년간 교편을 잡았던 그는 인재 사랑도 남달랐다. "사람이 곧 사업"이라며 인재 육성에 열정을 보였고 LG그룹의 경영 이념인 인화경영을 더욱 발전시켰다. 소비자가 아닌 고객이라는 말을 처음 쓰고 '고객 만족 경영'으로 LG를 도약시킨 것도 구 명예회장이었다. 그는 70세이던 1995년 스스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구 명예회장이 보여준 혁신과 인화는 기업인들이 귀감으로 삼아야 할 경영철학이다. 그는 "혁신의 풍토가 한국 기업 전반에 뿌리내려 치열한 경쟁적 토양이 형성될 때 기업들이 세계 최고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혁신이 꽃피려면 정부도 규제를 풀어 풍토를 조성해야 한다. 혁신의 가치를 일깨워준 구 명예회장의 경영철학을 되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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