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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상 최대 LNG선 수주, 기술 초격차만이 한국 경제 살길이다

입력 : 
2020-06-03 00: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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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한국 조선업계에 희소식이 전해졌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이 카타르에서 약 23조6000억원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수주한 것이다. 카타르 국영석유사인 카타르페트롤리엄(QP)은 1일 한국의 조선 3사로부터 2027년까지 100척 이상의 LNG선을 공급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단일 계약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이번 쾌거는 당분간 선박 수주가 힘들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이뤄진 것이라 의미가 크다. 카타르는 연간 LNG 생산량을 기존 7700만t에서 1억2600만t으로 늘리는 프로젝트를 추진했지만 유가가 급락하며 사업이 연기될 가능성이 있었다. 지난 4월에는 QP가 중국 조선사와 16척의 LNG선 발주 계약을 체결하며 한국 조선업계를 긴장시키기도 했다. 코로나19로 선박 수주가 거의 끊겼는데 LNG선마저 중국으로 넘어가면 한국 조선사들은 생존의 위협을 받고 세계 시장에서 우리 조선산업의 입지도 좁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조선업체들이 이런 우려를 말끔히 씻어내고 QP의 나머지 물량을 수주한 힘은 기술 초격차에서 나왔다. LNG선의 경쟁력은 영하 162도 이하의 온도를 유지하면서도 견고한 극저온 탱크가 좌우한다. LNG 운반선은 기화로 인한 가스의 손실률을 최소화하면서 안전성을 담보해야 하는데 이 부분에서 우리나라는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한다. 중국 조선업체들도 LNG선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 우리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 반도체가 기술 초격차로 중국의 맹렬한 추격을 따돌리고 있는 것처럼 LNG선도 선제적인 투자를 통해 기술적 우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반도체나 LNG선과는 달리 자동차와 철강, 디스플레이, 기계 등 대부분의 제품은 중국과의 격차가 크지 않다는 점이다. 이미 중국이 한국을 추월한 것도 많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해 9대 산업별 협회 정책담당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중국의 기술력은 2000년에는 한국의 59.6%에 그쳤지만 2024년에는 89.1%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자동차와 기계, 섬유, 석유화학 등 일부 품목은 조만간 중국이 한국을 앞설 것으로 예상됐다. 이대로 손을 놓고 있다가는 거의 모든 산업에서 중국에 밀릴 게 불 보듯 뻔하다.

코로나19 사태로 암울한 상황에서 월등한 기술력으로 대규모 LNG선 수주에 성공한 조선 3사 사례는 기업과 정부 모두에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 기술 초격차만이 한국 경제가 살길이라는 사실이다. 기업은 초격차 유지를 위한 신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정부는 연구개발 지원 등 산업 고도화를 위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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