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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삼성은 관세 안낸다"는 트럼프, 문제를 한참 잘못 짚었다

입력 : 
2019-08-20 00: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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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나눴던 얘기를 소개하면서 "삼성은 관세를 안 낸다는 주장을 생각해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쿡과 회동했던 트럼프는 "쿡의 주장 중 하나는 삼성은 (애플의) 넘버원 경쟁자이고 삼성은 한국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미국에 수출할 때) 관세를 내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애플로서는 관세를 내지 않는 아주 좋은 회사와 경쟁하면서 관세를 내는 게 힘든 일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애플의 경쟁자인 삼성에 대한 무관세를 다시 생각해보겠다는 트럼프의 발언은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말이다. 문제를 잘못 짚어도 한참 잘못 짚었다. 쿡의 언급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 방침으로 중국에서 휴대폰을 생산하는 애플이 삼성과의 경쟁에서 힘들어진다는 호소를 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9월부터 3000억달러어치의 중국산 제품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가 휴대전화, 랩톱 등 품목엔 12월 15일까지 부과를 연기했다. 애플은 한숨을 돌렸으나 에어팟과 애플 워치 등은 9월 추가관세대상이고 예정대로라면 12월부터 휴대폰도 관세대상이 된다. 트럼프는 지난 7월까지만 해도 중국산 부품에 대한 관세를 면제해달라는 애플의 요청을 거부했다. 트윗에 "미국에서 부품을 만들면 관세가 없다"고 썼다. 그러나 쿡의 호소를 듣고 "생각해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미국 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주기 위해 삼성처럼 미국 기업과 경쟁하는 업체에 추가로 관세를 물리는 후속 조치를 내놓을 수도 있다는 말인가. 삼성전자는 한국을 비롯해 베트남, 인도, 인도네시아, 중국, 브라질 등 6개국에서 휴대폰을 생산한다. 미국 수출 물량은 대부분 베트남과 인도에서 생산되는데 이는 세계무역기구(WTO) 정보기술협정(ITA)에 따라 무관세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재개정까지 해놓고도 한국산 자동차에 무역확장법을 들이밀어 관세 부과를 검토했다가 제외한 바 있다. 당시 검토 대상 5개국 가운데 한국, 캐나다, 멕시코는 미국과 FTA 체결국이었다. 양자 FTA로 이미 사라진 관세가 부활되는 황당한 사태를 맞을 뻔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상대국 때리기는 제조업 노동자 등 지지층을 끌어모으기 위한 정략적 선택임을 잘 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자유무역과 시장경제 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예측 불가능한 보호주의 조치는 세계 경제 전체를 나락으로 밀어넣을 수 있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 과도한 보호무역주의는 궁극적으로 미국 경제에도 부메랑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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