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섹션

[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한주간 소식을 발빠르게 전하겠다는 취지로 출범해 한때 방송사의 마스코트와도 같았던 ‘연예정보 프로그램’들이 설자리를 잃고 있다. 연이은 연예정보 프로그램의 잠정 중단은 단순한 방송 종료를 넘어 변화하는 미디어 흐름 속 지상파 방송의 많은 고민들이 담겨 있다.

대한민국 최초 연예정보 프로그램인 KBS2 ‘연예가중계’(이하 연중)가 36년만에 종영한 데 이어 MBC ‘섹션TV 연예통신’(이하 섹션)도 20년 만에 종영을 결정했다. ‘연중’은 지난해 11월 29일을 막을 내리며 “프로그램을 둘러싼 제작 환경과 형식 등에 큰 변화가 필요한 시점으로 판단하고 종료를 결정했다”는 이유를 밝혔다. 지난해 봄, 2주간의 재정비 기간을 갖고 에디터 시스템으로 리뉴얼한 ‘섹션’은 2%대 시청률을 면치 못하고 최근 종영을 결정했다. 종영 시점은 미정이다.

잇단 종료가 갑작스럽기는 하지만, 놀라운 일은 아니다. 연예 뉴스를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손쉽게 접할 수 있는 미디어 환경의 변화로 지상파 연예정보 프로그램에 대한 위기론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한때 두자릿수를 기록했던 시청률은 5%도 넘기기 어려워졌고, 실시간으로 보도 경쟁을 벌이는 타언론들 사이에서 일주일에 한번 방영되는 연예정보 프로그램의 경쟁력은 날로 약화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 기저에는 지상파 방송사들의 속사정이 존재한다. 가장 큰 문제는 ‘제작비’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연예정보 프로그램의 제작비는 회당 3000~4000만원 정도다.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회당 억단위까지 올라간 것과 비교해서 많은 편은 아니다. 스튜디오 MC 출연료와 ENG 촬영과 편집비, 작가료 외에는 크게 돈이 들지 않고, 적은 제작비로 60~70분을 채울 수 있기 때문에 편성 쪽에선 효자 프로그램이라는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문제는 제작비를 충당할 광고비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해당 관계자는 “2000년대 초중반까지는 스타의 단독인터뷰나 화보촬영, 제작발표회 현장 등 지상파 파워를 이용해 독점적으로 보도할 수 있는 것들이 있었는데 이제는 워낙 실시간으로 뉴스를 소비하다 보니 굳이 방송시간을 찾아서 그 뒷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지 않는 점이 한계로 작용한다”며 “지상파가 타 방송사나 언론에 비해 메리트가 떨어지다보니 제작의 밀도가 점점 낮아지고, 제작비에 비해 광고는 1000만원 정도밖에 안붙는다. 방송국에서는 굳이 이 프로그램을 편성할 이유가 없어지는 악순환에 부딪힌 거다”라고 설명했다.

광고비뿐만 아니라 편성 측면에서 프로그램의 ‘재활용 가치’가 떨어졌다는 점도 한계로 작용했다. 연예정보 프로그램을 오랜기간 연출해온 예능국 한 PD는 “방송국 입장에선 한정된 제작비로 방송 시간을 채워야하기 때문에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얼마만큼 많은 방송 시간을 매울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며 “연예정보 프로그램이 주말 아침시간 등에도 재방, 삼방까지 ‘재활용’ 할 수 있는 가치가 있었는데 이제 경쟁력이 떨어지니 그 시간에 더 인기 많은 예능을 돌리는 편이 낫다”고 이야기했다.

연예정보 프로그램의 변화된 보도형태도 경쟁력을 떨어뜨렸다는 분석이다. 해당 PD는 “과거에는 연예정보 프로그램을 통해 자사 프로그램을 홍보하기도 하고, 예능의 보도기능도 있어서 자사 프로그램 중 논란이 불거졌을 때 이를 해결하고 진화할 수 있는 장치로도 기능했는데 이 기능이 점점 희석화돼서 단순한 오락 프로그램으로 전락한 점도 한계로 지목된다”고 봤다.

한밤

그렇다면 다시 돌아올 연예정보 프로그램에선 심층취재나 기획보도로 더 깊고 새로운 콘텐츠를 끄집어내면 돌파구를 모색할 수 있지 않을까. 이에 대한 목소리는 꾸준히 제기돼왔고, 지상파 중 유일하게 방송을 유지 중인 SBS ‘본격연예 한밤’(이하 한밤)도 지난 2016년 ‘한밤의 TV 연예’를 전면적으로 개편, ‘그것이 알고싶다’ ‘궁금한 이야기 Y’ 등 시사 프로그램 출신 PD들이 합류해 기획 위주의 콘텐츠를 선보이며 차별화를 꾀하는 중이다.

다만 이러한 변화에 대해서 공영방송인 KBS와 MBC는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깊이 있는 방향으로 가는 것도 좋지만, 또 어떤 면에서 보면 단독인터뷰를 얻기 위해 파파라치성의 보도가 이뤄지는 등 선정적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커서 특히 공영방송에서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는 것. 방송 관계자는 “촬영PD나 편집자 등은 특히 부담스러워한다. 잘못하면 명예훼손 등 송사 문제도 불거질 가능성이 커서 그런 깊이 있는 보도보단 더 말랑말랑한 걸 하고 싶어 하는 내부적인 분위기도 있다. 그나마 ‘한밤’은 교양적인 측면으로 그 명맥을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내부에서도 자극적인 보도 기준에 대한 고민이 많을 거다”라고 귀띔했다.

이런 방송사의 속사정에도 수십년간 시청자와 함께한 프로그램의 퇴장에 아쉬움을 느끼는 시청자들도 많다. 특히 1984년 4월 첫 방송을 시작한 ‘연중’은 ‘게릴라 데이트’ 등 인기 코너들을 만들어냈고, 내한 스타들 사이에서 유행어처럼 자리잡은 “사랑해요 연예가중계”도 빼놓을 수 없는 수확이다.

이에 대한 아쉬움은 KBS, MBC 역시 알고 있기에 프로그램 ‘폐지’가 아닌 ‘종영’이라는 표현으로 여지를 뒀다. 새로운 포맷으로 돌아올 가능성을 열어둔 것. 다만 그 시기는 불문명하다. 앞서 ‘연중’을 종영하며 올해 상반기 돌아온 약속을 했지만, KBS 측은 “상반기 컴백은 목표일 뿐, 아직 아무것도 정해진 바 없다. 시대에 발맞출 수 있는 새로운 포맷에 대해 고민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MBC 관계자 역시 “추가적인 편성에 대해서는 정해진 바 없다. 종영시기도 1월 중순쯤 개편 시기에 확정될 예정”이라고 말을 아꼈다.

나름의 브랜드가 있고, 오랜기간 유지시켜온 안정적인 포맷이 있다는 점에서 겉으로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사실 그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한계가 명확하다. 지상파에서 연예정보 프로그램을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고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전까지 시청자 곁으로 다시 돌아오긴 힘들 것이라는게 업계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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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KBS, MBC, S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