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청해진해운 ‘유착’ 추궁

고영득·김형규 기자

선사 전 간부 “통화 안 해”…특조위원, 통화내역 보여주자 “기억 없다” 말 바꿔

29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세월호 2차 청문회 마지막 날에는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과 국가정보원 사이의 유착 의혹이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이날 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한 김재범 전 청해진해운 기획관리팀장은 참사 당일 국정원 직원과의 통화 여부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세월호특조위가 참사 당일 오전 9시38분 김 전 팀장이 국정원 직원과 2분여간 통화한 내역을 공개하자 김 전 팀장은 “기록이 나와 있으니까 인정할 수밖에 없는데, 기억은 없다”며 말을 바꿨다.

또 박종운 특조위원은 “세월호만 유일하게 해상사고 시 국정원에 보고토록 돼 있으며, 세월호 전신인 나미노우에호를 일본에서 도입했을 때도 연락망에 국정원 인사가 포함된 것을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박 위원이 “ ‘나미노우에 도입 관련 업무담당 연락처’라는 청해진해운 문서의 ‘운항관리규정심의’ 항목에 국정원 서모 실장이 담겨 있는 것 알고 있느냐”고 질의하자, 김 전 팀장은 “처음 본다”며 부인했다.

박 위원은 청해진해운의 내부문서를 토대로 “청해진해운은 국정원과 수시로 만남을 갖고 접대를 해왔다”고 주장했다. 김 전 팀장은 “연안터미널 주변에서 점심을 먹다 보면 서로 얼굴을 마주치게 돼 국정원에서 주로 밥을 사고, 나중에 (저도) 사고 그런 것…”이라며 “약속해서 접대한 게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세월호특조위는 이날 이성희 전 청해진해운 제주지역본부장의 업무수첩도 공개했다.

이 전 본부장의 업무수첩에는 ‘세월호 면허나다. 세월아 네월아 1개월간 점검. 괘씸죄가 이런 것인가’ ‘국정원 외 10명 세월 타고 내려오다(점검차). 관광 후 세월 타고 가다’ ‘국정원과 회의. 소름끼치도록 황당한 일이’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 전 본부장은 “중국인 무비자 여행객들이 목포와 인천으로 가는 여객선사를 통해 이탈하자 선사들의 검문검색을 강화하고 무단이탈자를 색출하기 위해 회의를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소름끼치는 황당한 일이 뭐냐’는 질문에는 “업무와 관련된 게 아니라 개인적인 일”이라고 해명했다.

청해진해운과 해경과의 유착 관계도 실무자 입에서 나왔다. 비공개 증인으로 출석한 청해진해운 관계자는 세월호 시험운항에 해경 관계자를 초청해 숙박비를 제외한 나머지 경비를 청해진해운 측에서 제공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장지명 전 인천해경 해상안전과장에게 현금 20만원과 옥돔 등을 줬다고 진술했다.

이날 청문회에선 세월호의 화물 과적과 고박 부실이 하청업체에 대한 청해진해운의 ‘갑질’로 인해 발생한 사실도 확인됐다. 고박 관련 업무를 위탁받은 우련통운 관계자들은 “세월호 적재·고박은 모두 청해진해운 측이 시키는 대로 했다”며 “청해진해운의 횡포가 심했다. 체인으로 차량을 고박했는데 체인 사이에 공간이 발생하자 청해진해운 직원들이 체인을 발로 차면서, 이렇게 하면 차량을 더 못 싣지 않느냐고 해 청해진 쪽과 많이 다퉜다”고 진술했다.

한편 해양수산부는 선체 절단 없이 배를 인양하겠다고 밝혔다. 김현태 해수부 세월호인양추진단 부단장은 “선체 절단은 인양 후 미수습자를 수습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서만 하겠다”고 밝혔다.

이석태 특조위원장은 “선체를 인양한 후 조사하는 것은 참사를 규명하는 데 중요한 수단”이라며 “정부가 실질적 조사가 가능하도록 선체 접근과 조사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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