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용연장, 방향 맞지만 넘어야 할 산 많다

2020.02.12 20:36 입력 2020.02.12 20:44 수정

문재인 대통령이 “고용연장도 본격적으로 검토를 시작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그제 고용노동부의 새해 업무보고를 받으며 생산가능인구(15~64세)의 급격한 감소 대비책으로 노인들의 경제활동을 최대한 늘릴 수 있도록 지시한 것이다. 시선은 정부가 지난해 9월 2022년부터 검토하겠다고 공표한 ‘일본식 계속고용제도’로 모아지고 있다. 이 제도는 60세인 법정 정년 이후에도 기업들에 일정 연령까지 고용연장 의무를 부과해 재고용·정년연장·정년폐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정년연장을 법제화하거나 처벌은 하지 않되, 정부 지원에 차등을 둬 정년연장을 유도하고 고령층 노동력이 산업현장에 더 투입되는 효과를 꾀하고 있다. 모든 세대가 민감한 정년연장 문제를 대통령이 직접 국정현안으로 공론화하고 나선 셈이다.

올해는 1차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 출생)를 연 1955년 출생자 71만명이 노인이 된다. 지난해 54만명이던 노인 진입자는 향후 9년간 해마다 68만~91만명씩 급증한다. 1차 베이비부머 727만명이 모두 65세를 넘는 2028년이면 노인인구는 현재 765만명의 두 배 가까이로 늘어난다. 그새 2005~2013년 출생자가 생산가능인구에 새로 진입하지만 그 숫자는 418만명선에 그친다. 저출산·고령화 두 바퀴가 구르면서 2020년대엔 생산가능인구가 연평균 33만명씩 줄어든다는 게 정부의 추계다. 그 뒤 노인으로 진입할 2차 베이비부머(1968~1974년)도 635만명이 포진해 있다. 베이비부머 은퇴가 시작된 해에 정년을 논의하는 ‘판도라 상자’가 다시 열린 셈이다.

방향은 맞지만, 넘을 산은 한둘이 아니다. 고용연장은 시급한 노동인구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현재 65세부터 받는 국민연금과 막대한 정부·기업 돈이 들어가는 건강·고용·산재보험 체계가 함께 개편되고, 필연적으로 노인 연령 기준을 65세에서 상향하는 문제와 얽힐 수밖에 없다.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 적자폭이 서울에서만 한 해 4000억원에 달한다. ‘지공거사’ 기준에 따라 전국에서 무임승차 논쟁이 재연될 소지도 있다. 무엇보다 정부는 세대 갈등이 없도록 청년 고용에 미칠 여파를 세밀히 살피고 추진해야 한다. 벌써부터 정규직 위주 연공급 임금체계를 둔 채 정년만 늘리면 그 혜택이 대기업·공공기관 노동자에게만 쏠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16년 60세로 정년이 연장됐어도 현실은 그 전에 회사를 나와 70대까지 일자리를 찾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고용연장은 톱니바퀴처럼 엉켜있는 비용 설계와 사회적 논의가 면밀히 쌓여야 연착륙할 수 있다.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고, ‘디테일’이 완비된 정책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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