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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임대료 내린 남대문·동대문시장, 어려운 때 더 빛나는 상생정신

입력 : 
2020-02-27 00: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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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충격으로 최악의 어려움에 빠진 자영업자들을 위해 건물주가 임대료를 인하하는 사례가 전국 각지에서 나타나고 있다. 서울 남대문시장 상인회는 앞으로 3개월 동안 2000여 개 점포의 임대료를 20% 인하하기로 했다. 동대문시장에서도 건물주인 경동시장주식회사와 동승그룹이 각각 2000여 개와 4300여 개 점포의 임대료를 20% 인하하기로 했다. 지난 12일 전주한옥마을 건물주들이 '상생선언문'과 함께 임대료 인하를 발표한 뒤 부산 전포카페거리, 광주 1913송정역시장 등지로 임대료 인하 바람은 빠르게 번져가고 있다. 기업은행과 신한은행도 자신들 건물에 입점한 자영업자·소상공인에게 3개월 동안 임대료를 인하해주기로 하는 등 이런 움직임은 금융권으로도 확산됐다.

계약을 지키고 이행하는 일은 시장경제에서 가장 기본적인 원칙과 질서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서울·대구·부산·광주·인천·속초 등 전국 각지로 임대료 인하 바람이 확산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적 충격이 크기 때문이다. 인건비는 고사하고 월세·관리비·전기료조차 충당하기 힘들 정도로 매출이 급감한 자영업자들이 부지기수다. 중소 제조업체들이 겪는 충격도 그에 못지않다. 삼성과 현대가 이달 초 납품대금 선지급 등의 방식으로 협력업체에 2조6000억원과 1조원을 지원하기로 한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이런 상생 움직임을 장려하기 위해 정부는 임대료를 낮춘 건물주에게 세액공제, 소득공제 또는 재산세 한시적 인하 등의 지원책을 마련 중이라고 한다.

1998년 우리 국민은 금모으기 운동으로 똘똘 뭉쳐 외환위기를 극복하며 세계적인 모범국이 됐다. 세입자와 건물주, 납품회사와 구매회사는 서로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밀고 당기는 긴장관계이지만 그와 동시에 공생관계이기도 하다. 이제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지역·업종·규모를 가리지 않고 상대방을 배려하며 상생정신을 실천하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이런 정신이 뒷받침된다면 우리는 다른 어느 국가보다도 모범적으로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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