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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10명 중 4명 '저녁이 있는 삶' 못 누린다

입력 : 2014-09-25 19:14:47 수정 : 2014-09-26 10:5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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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거주·소득 낮을수록 가족 저녁식사 빈도 낮아
대기업 건설회사에 다니는 오철민(55·가명)씨는 오늘도 가족과 저녁을 먹지 못한다. 어제는 야근이라 회사 구내식당에서 저녁을 해결했고, 전날은 회식이었다.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과 저녁 식탁에서 마주한 지 오래됐다. 그나마 주말이라도 함께 저녁을 먹을라치면 아이들은 학원 핑계를 댄다. 

야근과 회식이 일상인 샐러리맨에게 가족과의 저녁 식사는 먼 나라 얘기다.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리는 우리 국민은 10명 가운데 6명에 불과하다.

25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일주일의 절반을 가족과 함께 저녁을 먹은 사람은 64.4%로 나타났다. 2005년 76% 이후 매년 줄어들고 있다. 복지부는 국민건강영양조사를 위해 2005년 이후 매년 만 1세 이상 국민 7000∼8000명을 대상으로 가족 간 식사트렌드를 조사하고 있다. 

연령별로는 청소년(12∼18세)의 가족동반 식사비율이 53.4%로 20대(45.1%)에 이어 두 번째로 낮았다. 밤늦도록 학교와 학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우리 학생들의 생활패턴을 보여준다. 11세 미만 어린이의 가족동반 식사율은 90%를 넘었다. 경제 활동이 활발한 30∼49세는 68.3%였으며 50∼64세 63.5%, 65세 이상 60.5%였다. 

지역별 격차도 현저했다. 도시(64.7%) 사람들이 시골(읍면·67.4%) 사람들보다 함께 저녁을 먹는 빈도가 낮았다.

저녁이 있는 삶은 경제력과도 연관성을 보였다. 소득수준이 높은 계층의 저녁 동반식사 빈도는 66.6%로, 소득 수준이 낮은 계층(63.1%)보다 높았다. 가난한 사람일수록 가족과 함께 저녁을 먹을 여유가 없는 셈이다.

삶의 질이 높다고 알려진 북유럽은 메인뉴스 방송시간이 우리보다 이르다. 스웨덴은 오후 7시∼7시30분, 덴마크는 오후 6시30분, 노르웨이는 오후 6시30분∼7시로 조사됐다. 우리나라 공영방송 뉴스는 9시에 시작된다. ‘저녁이 없는 우리의 삶’을 대변하는 지표다.

독일에서 유학온 요아킴 함(28·독일)은 “한국 사람들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사생활 없이 일에만 몰두하는 것 같다”며 “퇴근 후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고 텔레비전을 보는 평범한 삶을 동경하는 게 의아스럽다”고 말했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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