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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쌍한 우리 오빠"…여동생의 오열

송고시간2013-01-24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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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연합뉴스) 한종구 기자 =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몸은 부들부들 떨고 있었습니다. 얼굴은 공포에 질려 제대로 말 한마디 못했습니다."

2011년 2월 아내와 아들에 의해 알코올 중독자로 몰려 충남 홍성의 한 정신병원에 감금된 A씨를 만난 여동생은 공포에 질려 있던 오빠의 모습을 생생히 기억했다.

A씨의 여동생은 24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세상 모든 사람이 나를 배신해도 내 가족만은 배신하지 않을 거라고 믿는 게 사람인데, 그 가족에게 버림받았다면 어떤 기분이 들겠느냐"며 참던 눈물을 터뜨렸다.

이어 "아무것도 모르고 정신병원에 감금돼 두려움에 떨고 있던 오빠를 생각하면 지금도 숨이 멎을 지경"이라며 울먹였다.

경찰 등에 따르면 A씨가 정신병원에 감금된 것은 2011년 2월 24일 오후 10시께.

평소 사이가 좋지 않던 아내 B씨로부터 외식하자는 전화를 받은 A씨는 부부 관계 회복을 기대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갑자기 무슨 일이지'라며 불안했다.

이상한 느낌이 든 A씨는 바로 서울에 사는 여동생에게 전화를 걸어 '내가 갑자기 연락되지 않으면 119에 신고해 위치추적을 해 달라'고 말하고 아내와의 약속장소로 나갔다.

A씨의 불길한 예감은 그대로 적중했다.

A씨는 그날 밤 응급환자 이송단에 의해 온몸인 묶인 채 1시간 30분이나 걸려 충남 홍성의 한 정신병원으로 이송됐다.

병원으로 옮겨진 A씨는 "왜 멀쩡한 사람을 감금하느냐"며 항의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당신 부인과 아들이 (정신병원 입원에)동의하고 갔으니 조용히 하라"였다.

A씨는 다음날 오전까지 침대에 손발이 묶인 채 독방에 감금됐다.

오빠와 연락이 끊긴 A씨의 여동생은 오빠의 부탁대로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시도했다.

그러나 휴대전화는 오빠의 집 안방에 있었다.

수상하게 여긴 그녀는 방을 둘러보던 중 '정신병원'이 쓰여진 메모를 발견, 오빠가 정신병원에 감금돼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어 보건복지부에 해당 병원을 조사해 달라는 민원을 제출해 감금 7일 만에 오빠를 구해 냈다는 게 A씨 동생의 설명이다.

정신병원에서 나온 A씨는 눈물을 머금고 평생을 함께 지낸 아내와 3대 독자인 아들을 처벌해 달라며 경찰에 신고했다.

A씨의 여동생은 "오빠는 사건 전에도 나이가 있는 만큼 병원은 가끔 다녔어요. 그런데 지금은 감금 당시의 충격으로 거동은 물론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건이 있기 전 A씨는 고혈압과 전립선 질환으로 치료를 받기는 했지만, 대체로 건강했다고 여동생은 전했다.

그러나 지금은 아내와 아들이 자신을 알코올 중독자로 몰아 강제로 정신병원에 입원시켰다는 충격에 말을 하지 않는 '함묵증'에 시달리고 있다.

"가족이 나를 정신병원에 보냈다고 생각해보세요. 오빠는 그때 받은 충격에 말을 잊었습니다. 오빠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습니다. 잘못한 부분에 대해 인정하라는 것입니다."

A씨를 폭행하고 정신병원에 감금한 혐의로 기소 의견으로 송치된 A씨의 아내와 아들은 여전히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j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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