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 시절 다니던 학원이 대학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의 설문조사 결과 대학생이 가장 많이 받는 사교육은 외국어학원으로 전체 응답률 72.2%를 차지했다. 외국어 학습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가운데 제2외국어를 전공하고 있는 본교 어문계열 학우들의 경우, 전공언어를 배우기 위해 얼마나 많은 학우들이 학원을 다니고 있을까. 본지는 본교 중어중문학부 92명, 프랑스언어·문화학과 83명, 독일언어·문화학과 44명, 일본학과 39명, 총 258명을 대상으로 어문계열의 대학 사교육(학원, 과외, 인터넷)에 관한 설문을 실시했다. (지난달 23일~25일 진행, 신뢰도 95%, 오차범위 ±7.3%)

 ◆ 사교육을 받는 어문계열 학우들

 

‘대학 입학 전, 전공 언어를 배운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배운 적이 없다’고 답한 학우는 47.7%(123명)였다. 절반에 가까운 학우들이 대학에 입학해 해당 언어를 처음 접한 것이다. 본교에서 어문계열을 전공하고 있는 A학우도 대학에 입학하면서 해당 언어를 처음 접했다. 기초가 하나도 없었던 탓에 수업을 따라가기 어려워 입학하자마자 학원에 등록했다. 처음에는 학원에서 6개월 정도 기초만 배우려고 했지만 그 이후로 자격증을 획득하기 위해 학원을 계속해서 다니다 보니 어느덧 3년이 됐다. A학우는 “목표로 하는 점수를 받을 때까지 앞으로도 학원을 다닐 생각”이라고 말했다.

전공언어를 위해 사교육을 받는 학우는 A학우뿐 만이 아니다. 설문에 응답한 본교 어문계열 학우들 중 절반 이상은 전공언어를 위해 학원을 다닌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공언어 수업을 들은 후 해당 언어를 배우기 위해 사교육을 받고 있거나 받은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58.9%(152명)의 학우들이 ‘다닌 적 있다’고 답했다. 실제로 학원을 다닌 적이 있는 학우들에게 ‘사교육이 해당 언어를 배우는 데에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를 질문한 결과, ‘50~75%차지’가 55.2%(85명)로 가장 많고 ‘25~50%차지’가 24%(37명)로 그 뒤를 이었다. ‘25%이하 차지’와 ‘75~100% 차지’한다는 답변은 각각 10.4%(16명)였다. 해당 언어를 배우는데 사교육이 절반 이상의 비중을 차지한다고 답한 학우들이 65%이상에 달하는 것이다.

한편 학우들이 사교육을 받은 기간은 비교적 짧았지만 앞으로 사교육을 받겠다는 의향은 뚜렷했다. 구체적으로 해당 언어 사교육을 받은 기간은 ‘1~3개월’ 33.3%(52명), ‘3~6개월’ 21.8%(34명), ‘1개월 미만’ 16%(25명), ‘6개월~1년’ 9.6%(15명), ‘1~2년’ 9.6%(15명), ‘2년 이상’ 9.6%(15명)로 6개월 이하가 70%를 차지했다. 하지만 사교육을 받은 적이 있는 학우들 중 90.1%(137명)는 ‘앞으로도 사교육을 받을 생각이 있다’고 답해 향후 사교육에 대해서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 사교육을 받는 학우들의 속사정
그렇다면 학우들은 어떤 이유로 사교육을 받게 된 걸까. 사교육을 받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해당언어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27.5%(71명), ‘전공수업을 따라가기 위해’ 25.6%(66명), ‘해당언어를 심도있게 배우기 위해’ 5.4%(14명), ‘기타’ 1.6%(4명) 순이었다.

‘해당언어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학원을 다닌 적이 있다고 응답한 학우들은 학교 수업만으로 어학자격증을 취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이수정(중어중문 11) 학우는 “전공수업 시간에 배우는 어휘와 자격증시험(HSK)에 나오는 어휘는 차이가 있기 때문에 전공 수업만으로 자격증을 따긴 힘들다. 자격증을 대비하는 수업이 전공과목으로 개설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중어중문학부 정우광 교수는 “교수회의 중에 자격증 대비 과목을 개설해주는 것이 어떻겠냐는 이야기는 나왔다. 하지만 대학은 학원처럼 문제 푸는 기술을 가르치는 곳이 아니다. 전공수업에선 기본적인 언어실력을 기르는 것이 우선이다”고 설명했다.

‘전공수업을 따라가기 위해’ 학원을 다닌 적이 있다고 답한 학우들은 수업의 전반적인 난이도가 높다고 느껴 학원을 찾았다. 실제로 ‘전공수업을 따라가는 것이 어떤가’라는 질문에 ‘어렵다’고 답한 학우는 44.5%(114명), ‘쉽다’고 답한 학우는 7.4%(19명)으로 수업 이해도의 차이가 크게 나타났다. 익명을 요청한 프랑스언어·문화학과 학우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처음으로 전공수업을 들었을 때 어려움이 많았다. 특히 원어민 교수님이 강의하는 전공필수 수업의 경우 수업의 대부분이 불어로 진행돼 따라가기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프랑스언어·문화학과 조항덕 교수는 “첫 전공과목은 기초 수준이긴 하지만 완전한 초보자들을 대상으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부 학생들에게는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다만 원어민 교수가 강의하는 전공 필수과목의 경우, 프랑스어로 듣고 말하는 수업이기 때문에 쉽지 않지만 말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답했다.

◆ 전공수업과 사교육 병행하는 현실

 

현실적으로 많은 학우들은 전공언어를 배우는 데 사교육의 도움을 받고 있었다, 사교육을 받은 153명 중 실력이 매우 상승했다고 답한 학우는 25명, 비교적 상승했다고 답한 학우는 97명이다. 사교육을 받은 학우 중 약 87%가 사교육이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됐다고 답한 것이다. ‘본인이 생각하기에 해당 전공 학생들에게 사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도 82.2%의 학우들이 ‘그렇다’고 답했다.

학교 차원에서도 전공수업을 보충하기 위한 별도의 교육을 권장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청한 프랑스언어·문화학과 학우는 “교수님들이 학원을 권유하시기도 한다”며 “대학은 큰 학문을 배우는 곳이지, 언어를 가르치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언어는 학원이나 과외를 통해 스스로 준비해와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학원에 다니게 된 계기를 말했다. 프랑스언어·문화학과 조항덕 교수는 “외국인에게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프랑스어 수업 시간은 1,200시간 정도이고 이는 1, 2년 이내에 이뤄져야 효과적이다. 이에 비해 전공과목 학습시간은 700시간에 불과해 학생들의 절대적인 학습량이 부족하다. 전공 강의를 이수하면서 해당 외국어가 어렵다고 느낄 경우에는 꼭 사교육이 아니더라도 별도의 교육을 받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독일언어·문화학과 최병진 교수는 “2, 3학년 학생들 중 독일문화원에 다니는 학생들이 많다. 전공수업을 충실히 들으면서 독일문화원을 다니면 자격증을 준비하는데도 도움이 돼 학교에서 권장하는 사항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서연경(독일언어·문화 13) 학우는 “자격증을 획득하기 위해 독일문화원을 5~6개월 다닌 적이 있었는데 전공수업과 병행하면서 실질적으로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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