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감스러운 미래한국당 등록 허용, 유권자들이 심판하기를

2020.02.13 20:34 입력 2020.02.13 22:04 수정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13일 자유한국당의 비례대표 전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 등록을 허용했다. 4·15 총선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를 겨눈 위성정당이 정당법상 형식적 요건을 갖췄다고 한 것이다. 이 위성정당은 부산·대구·경남 시·도당 주소가 한국당 시·도당사와 같고, 울산시당은 외딴 공터 창고를 당사로 등록해 논란을 빚었다. 선관위는 같은 건물도 층이 다르고, 창고라도 당사무실 용도로 제한하진 않으며, 당원들의 이중당적 여부도 서류로는 확인할 수 없다고 본 것으로 전해졌다. 한 달 전 선관위는 ‘비례한국당’ 명칭 사용을 불허하며 ‘유권자 혼란’ 외에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 왜곡’과 ‘선거질서 훼손’도 이유로 꼽았다. 전례 없고 급조된 위성정당에 대해 이번엔 서류상의 기계적·관행적 판단만 앞세운 셈이다. 정치 퇴행을 불러올 유감스러운 결정이다.

그 직전에 자유한국당은 의원총회에서 이종명 의원을 제명했다. 비례대표 의원직을 유지하며 미래한국당으로 옮기기 위해서다. 그는 지난해 2월 국회에서 개최한 ‘5·18 공청회’에서 “북한군이 개입한 폭동”이라는 ‘망언’을 쏟아냈다. 당 비상대책위에서 제명한 뒤에도 1년간 의총 추인을 뭉개다가 뒤늦게 위성정당 이적용 제명은 속전속결로 마친 것이다. 공당이 한 일로 보기엔 블랙코미디일 뿐이다. 위성정당 이적은 네번째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사과하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한선교 의원이 대표가 됐고, 불출마하는 김성찬 의원과 제명된 조훈현 의원이 뒤를 따랐다. 심재철 원내대표는 또 옮길 의원이 있느냐는 질문에 “차차”라고 했다. 미래한국당을 정당투표 기호 2번으로 만들기 위해 ‘의원 꿔주기’를 이어가겠다는 뜻일 게다. 보수통합 신당을 추진하며 맨 앞에 내세운 ‘혁신’이란 말이 무색해진다.

거듭 말하거니와 미래한국당이 한국당을 위한, 한국당에 의한, 한국당의 ‘아바타 정당’인 것은 삼척동자도 알 일이다. 두 당도 자인한 터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난 5일 미래한국당 창당식 축사에서 “한마음 한몸으로 움직여서…”라고 공언했다. 한선교 대표는 “공약이 따로 없다”며 비례대표 면면이 공약이라고 했다. 헌법대로 정당의 목적·조직·활동이 민주적이지 않고, 정당법이 규정한 자발적 조직과도 먼 ‘꼼수정당’이 태동한 셈이다. 정치를 희화화한 ‘자유·미래’ 한국당은 우롱당한 국민에게 고개를 숙여야 맞다. 그럼에도 사과 한마디 없는 것은 미래한국당을 알리려는 ‘노이즈 마케팅’이란 의심마저 지우기 어렵다. 선관위의 기계적 해석은 헌법이 보호하는 정당정치 본령과 시민 상식에 벗어나 있다. 마지막 심판은 이제 유권자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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