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야권 후보 단일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야권 후보 단일화 소식이 곳곳에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어제 경남 창원성산에서 정의당 노회찬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허성무 후보와 여론조사를 통해 단일화를 이뤘다. 강원 춘천에서도 더민주 허영 후보가 국민의당 이용범 후보와 단일화를 성사시켰다. 경기 안양 동안을에선 국민의당 박광진 후보가 총선 출마를 접고 더민주 이정국 후보의 선거대책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서울과 인천, 대전 등에서도 야권 후보 간 연대가 성사되거나 협상이 진행 중인 선거구가 여러 곳이라고 한다. 국민의당 지도부가 여전히 부정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음에도, 야권연대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되어가고 있다.

야권연대가 비호남권 전체로 확산되려면 국민의당의 명확한 입장 정리가 필요하다. 안철수 상임공동대표는 어제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당 대 당 연대는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다만 “지역구별로 후보들끼리 단일화하는 것에 대해선 막기 힘들다”고 했다. 이태규 전략홍보본부장은 “사전에 당과 협의해 달라는 뜻이다. 그러나 후보를 양보하기 위한 수준의 단일화는 당이 동의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지도부의 입장이 이렇다 보니, 서울 강서병에선 김성호 후보가 더민주 한정애 후보와 단일화를 논의하다 협상을 중단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안 대표는 “우리 정치권에 여왕과 차르가 등장했다”며 박근혜 대통령과 김종인 더민주 대표의 리더십을 비판했다. 그렇다면 묻고 싶다. 당 소속 후보들과 야권 지지층의 바람을 외면한 채 자신의 선택만 강요하는 건 민주적 리더십인가. 당 허락 없이 단일화를 추진했다고 징계를 공언하는 건 새정치에 걸맞은 리더십인가. 정치에 입문할 무렵 “가장 중요한 좌표는 현 집권세력의 정치적 확장 저지가 될 것”이라고 했던 다짐은 어디로 갔는가.

안 대표는 총선 결과에 대해 자신이 책임지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 “국민 눈높이에 맞는 책임을 지겠다”(어제 토론회), “국민들이 생각하는 수준으로 책임질 것”(3월10일 경향신문 인터뷰) 등을 통해서다. 정치지도자가 신념과 의지를 표명하는 것이야 나무랄 일이 아니다. 다만 거기엔 냉철한 현실인식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치적 환영을 좇는 일이 될 뿐이다. 지금 안 대표의 약속이 공허한 것은 그래서다. 총선에서 지고 나면 책임지고 싶어도 책임질 방법이 없다. 대표직을 사퇴하거나 대선 후보의 꿈을 접는다고 총선 결과를 바꿔놓을 수 있는가. 나중에 책임지겠다는 약속은 필요 없다. 지금 당장, 패배를 막을 수 있는 실천이 절실하다. 이는 김종인 대표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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