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MI USB 마이크로USB 등의 단자가 달린 초소형 PC 회로기판(왼쪽). 상용화를 위해 명함 크기로 제작했다. 초소형 PC에 케이스를 씌워 제품 형태(오른쪽)로 만들었다. 앱센터 제공
HDMI USB 마이크로USB 등의 단자가 달린 초소형 PC 회로기판(왼쪽). 상용화를 위해 명함 크기로 제작했다. 초소형 PC에 케이스를 씌워 제품 형태(오른쪽)로 만들었다. 앱센터 제공
국내 벤처기업 아이큐브는 앱센터와 함께 최근 성인 엄지손가락 크기의 초소형 PC를 선보였다. 앱센터 제공
국내 벤처기업 아이큐브는 앱센터와 함께 최근 성인 엄지손가락 크기의 초소형 PC를 선보였다. 앱센터 제공
‘손안의 PC’ 시대가 열릴까. 고급 스마트폰 얘기가 아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초소형·초저가 PC가 주목받고 있다. 사람 손가락 크기에 불과하지만 모니터와 키보드, 마우스를 연결할 수 있고 무선랜을 잡아 인터넷을 사용할 수도 있다. 이 PC를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니다가 공공장소에서 모니터 키보드 등 주변기기와 연결해 자신만의 PC로 이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국내외에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초소형 PC가 보급형 PC의 한 형태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엄지손가락 크기의 컴퓨터

스마트폰도 무거워!…'손가락 PC' 시대  성큼
셋톱박스 전문 벤처기업인 ‘아이큐브’는 사단법인 앱센터와 손잡고 어른 엄지손가락 크기의 초소형 ‘손가락 PC’ 시제품을 최근 내놨다. 길이 7.7㎝, 폭 2.5㎝에 불과하지만 모니터와 연결할 수 있는 HDMI 단자, USB와 마이크로USB 단자 등 갖출 건 다 갖췄다.

가벼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젤리빈)를 탑재해 모니터 키보드 마우스만 있으면 어디서든 자신만의 컴퓨터로 이용할 수 있다. 625메가헤르츠(㎒) 프로세서와 512메가바이트(MB) 램, 4기가바이트(GB)의 저장공간을 갖춘 이 제품은 제조원가가 3만5000~4만원 정도다. 앞으로 상용화되면 제품 가격은 2만원대까지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앱센터와 아이큐브는 보고 있다.

영국의 자선단체 ‘라즈베리파이 재단’이 지난해 3월 영국에서 첫 출시한 신용카드 크기의 초소형 컴퓨터 ‘라즈베리파이’도 이와 비슷한 제품이다. 이 제품은 올해 초 유럽과 미국 시장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리눅스 OS 기반으로 구동되는 이 PC는 지난 2월 유럽 시장에 이어 4월 미국에서 25달러(약 2만8000원)짜리와 35달러(3만9000원)짜리 모델 2개가 출시돼 하루 만에 매진됐다.

컴퓨터 제조업체인 델도 올 9~10월께 ‘오펠리아’라는 초소형 PC 판매를 앞두고 있다. 안드로이드 OS를 갖춘 이 제품은 100달러(약 11만2000원)의 가격대에 USB스틱처럼 생겼다. 모니터와 연결할 수 있고 와이파이·블루투스 기능, 클라우드 저장소 이용 기능, 넷플릭스 등 영화·TV 서비스 이용 기능까지 갖췄다. 중국 ‘알리바바’의 전자상거래 사이트 ‘타오바오’에선 ‘안드로이드 PC’라고 검색하면 수많은 초소형 PC가 검색된다.

◆교육용 기능에 PC 수요 대체까지

초소형 PC는 소프트웨어 교육용으로 가치가 크다는 게 업계 평가다. 실제 라즈베리파이, ‘아두이노’ 등 초소형 PC는 가격이 저렴하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오픈소스로 공개돼 있어 프로그래밍 교육에 활용할 수 있다. 김진형 앱센터 이사장(KAIST 교수)은 “손가락 PC를 학생들에게 교육용으로 보급할 계획”이라며 “학교에선 모니터나 키보드만 준비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급형 PC로서 실제 PC 수요를 대체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라즈베리파이재단은 비싼 컴퓨터를 사기 힘든 저개발 국가 어린이를 대상으로 라즈베리파이를 만들었다. 하드웨어 사양이 높아지고 가격이 떨어지면 초소형 PC도 본체와 모니터를 갖춰 ‘자리를 차지하는’ 기존 PC 못지않은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

크롬캐스트 같은 USB 타입 초소형 ‘스마트 기기’의 인기도 초소형 PC 열풍과 맥을 같이한다. 초소형 PC를 방송 스트리밍, 스마트폰-TV 연동 등 특정 용도에 맞게 설계하면 바로 소형 스마트 기기가 된다. 아이큐브도 초소형 PC를 국내 유명 모바일 방송 서비스와 제휴해 크롬캐스트처럼 ‘스틱’만 꽂으면 해당 모바일 방송을 TV에서 볼 수 있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