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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강남 재건축 정조준한 분양가상한제, 집값안정 해법 아니다

입력 : 
2019-08-13 00:02:01
수정 : 
2019-08-13 18: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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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결국 직접적인 가격 통제 수단인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카드를 꺼냈다. 국토교통부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필수 요건을 '직전 3개월 주택가격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의 2배 초과인 지역'에서 '투기과열지구'로 대폭 완화하는 내용의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했다. 서울 전역과 세종, 과천, 광명, 하남, 성남 분당구, 대구 수성구 등 전국 31곳이 10월 시행될 상한제 사정권에 들게 됐다. 정부는 분양가 상승이 집값 과열을 촉발할 우려가 있다고 보고 초강수를 둔 것인데 집값 안정보다 공급 위축, 로또 아파트, 주택 품질 저하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는 사실상 서울 강남 재건축을 정조준했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경우 적용 시점을 '관리처분계획 인가 신청'에서 '입주자 모집 승인 신청' 단계로 앞당기는 무리수를 뒀다는 점에서 그렇다. 기존에는 관리처분 인가를 받아 이주·철거가 진행 중인 단지는 상한제를 피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일반분양을 하지 않은 단지들은 모두 적용을 받게 된다. 관리처분 인가를 획득하고 이주를 시작한 둔촌 주공, 래미안 원베일리(신반포3차·경남)를 포함해 반포주공 1단지 1·2·4주구 등 강남 주요 재건축 단지들이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관리처분 인가 단계에서 예상 분양가격 등이 정해졌는데 사업계획을 다시 짜야 하니 소급 적용과 재산권 침해에 대한 반발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강남 재건축이 집값 상승의 진원지이기는 하지만 강남이라는 특정 지역에 대한 응징형 규제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정부는 그동안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안전진단 강화 등 재건축 규제를 투하했는데 상한제까지 추가하며 재건축 옥죄기에 나선 것이다. 당장은 재건축 시장이 냉각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시장 교란으로 역효과가 날 수 있다. 강남은 가뜩이나 공급이 부족한데 분양가를 억누르면 재건축 조합들이 수익성을 이유로 사업을 철회하면서 주택 공급이 끊기게 되고 이는 중장기적으로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풍선 효과로 신축 주택 가격이 오르고 로또 아파트에 대한 대기수요가 늘면서 전세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도 크다. 분양가상한제는 인위적인 시장 개입이라는 점에서 집값 안정 해법이 아니다. 지금은 강남 재건축 규제를 강화할 때가 아니라 완화해 공급을 늘려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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