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 Now] 세계경제위기 경고하는 석학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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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6.01.04. 오후 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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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간 홍수가 온 뒤에는 7년간 가뭄이 오는 법이다."

미국 경제학계의 최대 연례행사인 '2016 전미경제학회(AEA)' 연차총회에서 만난 한 경제학자는 이 같은 말로 다가올 경제위기의 우려감을 전했다. 미국이 지난 7년간 제로금리 정책을 펼치면서 돈의 홍수가 일어났고 세계 자산가격이 덩달아 뛰었지만 제로금리 시대의 마감과 함께 앞으로 닥칠 미래는 '돈가뭄'의 후폭풍일 것이라는 얘기다.

잔치가 끝나고 손님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떠나면 잔치 비용을 누가 어떻게 치러야 하느냐가 고민되는 법이다. 간혹 잔치 빚 치르다가 가계 살림이 휘청거릴 수도 있다. 미국이 딱 그런 모양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2인자인 스탠리 피셔 부의장은 자산시장 과열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조치를 언급했다. 연준이 막대한 유동성 보따리를 풀면서 돈 잔치를 벌일 때는 모두가 만족스러웠겠지만 막상 금리 인상을 개시하자 향후 다가올 경제위기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2~5일 나흘간 일정으로 진행되는 이번 행사의 화두 중 하나는 '다음 경제위기는 언제, 어떤 형태로 올 것이냐'였다. AEA 연차총회 개막 세션부터 과거 경제위기에서 배워야 할 교훈이 집중 논의됐다. 1930년대 대공황 위기 때처럼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집행해 소비와 고용을 더욱 자극하는 총수요 진작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얀 크레겔 바드칼리지 레비연구소 교수는 루스벨트 대통령이 주도한 뉴딜정책을 언급하면서 불확실성을 새로운 비전으로 바꿀 수 있는 정치적 리더십을 강조했다.

피셔 연준 부의장은 시장 전반의 거품이 과도하면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면서 금융시장 과열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조치를 언급했다. 자산 거품 붕괴에 대한 시중의 우려를 의식한 발언이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저금리 등 통화정책으로는 총수요 진작에 한계가 있으며 사회간접자본 투자와 구조개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기자가 최근에 만난 경제 전문가들도 일제히 위기론을 설파했다. 신흥시장 전문가로 꼽히는 루치르 샤르마 모건스탠리 신흥시장 총괄대표는 세계 경제 침체(글로벌 리세션)를 초래할 가장 큰 리스크는 중국에서 비롯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적 석학 반열에 오른 니얼 퍼거슨 하버드대 교수 겸 스탠퍼드대 선임교수는 "위기는 지속적으로 존재해왔고 2016년에도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며 "현재 국제금융 시스템은 한층 복잡해졌고 어떤 요인으로 위기가 촉발될지 아무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많은 경제 전문가들이 위기가 몰려오고 있다는 불안감을 표출하고 있다. 모두가 다 아는 위기는 위기가 아니라는 말도 있지만 충격을 줄이기 위한 집단지성과 실천이 어느 때보다 필요함을 새해 벽두부터 진행된 AEA가 웅변하고 있다.

[뉴욕 = 황인혁 특파원 ihhwang@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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