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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청년수당’을 왜 이렇게까지 백안시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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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청년수당’을 왜 이렇게까지 백안시하나

입력
2016.08.0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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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어제 청년활동지원사업(청년수당) 대상자 3,000명을 선정하고 이 중 약정서에 동의한 2,831명에게 활동비로 50만원씩을 처음으로 지급했다. 이에 보건복지부가 법률 위반을 거론하며 시정명령을 내렸으나 서울시가 따르지 않기로 했고 다시 복지부가 직권취소를 예고하면서 양측이 법정 다툼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커졌다. 이 와중에 한 청년단체가 복지부를 비판하고 나섰으니, 청년들의 구직 활동을 돕겠다는 청년수당의 취지는 무색해지고 갈등만 커진 꼴이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데는 중앙정부의 책임이 더 크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1월 서울시가 청년수당 정책을 발표한 뒤 제동을 거는 데만 애썼다. 복지부는 청년수당이 청년취업패키지 등 정부의 기존정책과 중복되는 데다 3,000명에게 길어야 6개월 동안 월 50만원을 주는 것이니 청년실업 해소에 도움이 안 된다고 보았다. 도리어 청년수당은 도덕적 해이를 부르는 선심성 정책이라고 비난했다.

복지부의 이런 생각에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나 지금 청년실업 문제는 포퓰리즘이나 도덕적 해이 같은 말로써 외면할 수 있을 만큼 여유 있는 상황이 아니다. 청년수당이 아니라 그보다 더 한 것이라도 할 수 있다면 해야 할 정도로 심각하다. 서울에 거주하는 20대 젊은이 144만명 중 50만명이 장기 미취업이나 불완전고용 상태에 있다고 한다. 이들 중 상당수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구직활동을 제대로 못하고 있으니 이들의 사회 진출을 돕겠다는 청년수당의 취지를 부정할 이유가 없다.

서울시의 청년수당 지급은 연 90억원이 들어가는 일종의 시범사업이다. 무턱대고 돈을 써서는 안되지만 한국형 청년복지 정책을 발굴하는 실험으로 볼 수도 있다. 정작 중앙정부는 매년 청년 일자리 사업에 2조원 이상을 쓰고 있다. 그런데도 청년실업 문제가 날로 악화하고 있으니 정부야 말로 이제껏 취한 정책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 기존 정책의 한계가 뚜렷한 만큼 청년실업 정책에 상상력을 총동원하고 청년수당처럼 실험적 정책에는 관대한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다. 그래서 청년수당이 실제로 청년실업 해소에 도움이 된다면 전국으로 확대해 마땅하다. 설사 두드러진 효과가 없더라도 청년들이 이 사회가 자신들을 외면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마음의 위로를 받는 것만으로도 의미는 있다. 복지부는 청년수당을 법정으로 가져가기보다 좋은 결실을 맺도록 늦게라도 힘을 보태는 게 맞다. 청년 삶의 개선에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여야가 따로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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