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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패스트트랙 정국에 국회 예산심의 뒷전으로 밀려선 안돼

입력 : 
2019-11-04 00: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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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국회 심의가 이번주 본격적인 단계로 접어들지만 선거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등 이른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여야의 관심이 더 쏠려 있어 걱정스럽다. 국회선진화법으로 예산안 심사에 원천으로 발목을 잡지 못하게 돼 있지만 정치 공방에 부실한 심의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패스트트랙 법안과 예산안 처리를 연계할 경우 여야 간 합의에 도달하면 달라지겠지만 대치를 이어가면 내년도 나라 살림 편성에 구멍이 뚫릴 수도 있어서다.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은 지난해 대비 9.3% 늘린 513조5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경기 둔화에 대응하기 위한 확장재정 요인도 있지만 내년 4월 총선을 겨냥한 항목도 적지 않다. 올해보다 22.1% 늘려 25조7000억원으로 짠 일자리 예산과 국가 균형발전을 명분으로 22조3000억원을 배정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예산에 대한 여야 시각은 첨예하게 부딪친다. 전체의 35.4%인 181조6000억원에 달하는 복지 예산도 최대 쟁점이 될 것이다. '초슈퍼예산'을 고수하려는 정부·여당과 총선용 선심성 예산을 반드시 막겠다는 야당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불가피하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4일부터 부처별 심사와 정책 질의 후 11일부터는 조정소위를 가동해 감액과 증액 심사에 들어간다. 그동안엔 탐색전 정도에 머물렀다면 오늘부터는 각 부처를 상대로, 그리고 여야 간 치열한 수싸움에 돌입하는 걸로 보면 된다. 일정상으로는 28일까지 소위 심사를 마치고 29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의결한다는 계획이다.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이 12월 2일인데 문희상 국회의장이 선거법은 11월 27일, 검찰개혁 법안은 12월 3일 각각 부의하겠다고 밝힌 만큼 현안 법안과 예산안이 패키지 처리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하지만 패스트트랙 법안을 둘러싼 갈등이 부실한 예산안 심의를 낳고 처리도 지연시키는 최악의 사태를 초래해서는 안된다. 수출과 투자 부진에 소비까지 위축되는 확연한 경기 둔화를 보고 있다면 여야는 경제활력을 되살릴 방안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그에 맞는 나라 살림을 편성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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