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초·중·고교생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처음으로 30만원을 돌파하며 또다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사교육비 총액도 최대폭의 증가세를 나타냈고, 사교육 참여율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3년 동안 지속적으로 악화된 각종 사교육 관련 지표들을 보면 공교육 정상화를 약속한 문재인 정부에 과연 이 문제를 개선할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교육부와 통계청이 지난 10일 발표한 ‘2019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는 심각하다. 지난해 초·중·고생이 지출한 사교육비 총액은 약 21조원으로 2018년의 19조5000억원 대비 1조5000억원(7.8%) 증가했다. 1년 새 사교육비 증가액이 1조원이 넘은 건 2007년 조사가 시작된 이래 처음이다. 학생 수가 558만명에서 545만명으로 13만명가량 줄었는데도 총액은 대폭 늘어났다.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1년 새 3만원(10.4%)이 올라 32만1000원이 되었는데, 두 자릿수 증가율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교육 참여율(74.8%)도 전년 대비 1.9%포인트 상승했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부분은 고교생 사교육비의 급증세다.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고등학생(36만5000원), 중학생(33만8000원), 초등학생(29만원) 순이었다. 2018년부터 중학생을 앞지르기 시작한 고교 사교육비 지출 증가속도가 더 빨라졌다. 대입을 위한 사교육 유발 요인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소득구간별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도 월 200만원 미만 최소소득 구간과 월 700만원 이상 최고소득 구간 간 5.0배 격차를 나타내 양극화 현상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사교육비가 이렇게 증가하는 것은 정부가 대입정책에 대한 불확실성과 불안감을 키운 탓이다. 사교육은 불안을 먹고 자란다는 말을 정부가 입증하는 셈이다. 박근혜 정부 4년간 각각 3000원, 3000원, 2000원, 1만2000원 오른 1인당 사교육비가 문재인 정부 들어 1만6000원, 1만9000원, 3만원으로 폭등한 것은 어떤 이유로든 변명의 여지가 없다. 이대로 간다면 공교육 정상화라는 목표는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다. 저출산과 노후불안 역시 사교육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정부는 사교육 문제에 엄중히 대처해야 한다. 교육부는 10여년의 통계를 제시하며 사교육비가 가구 소득증가분만큼 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지만, 이는 안이한 자세다. 사교육비 폭등 현상이 내년에도 반복된다면 ‘사교육대책 실패 정부’라는 오명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