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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분양가상한제 부작용도 고려해야 한다는 홍 부총리 말이 옳다

입력 : 
2019-09-03 00:03:02
수정 : 
2019-09-03 09:3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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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일 한 TV시사대담 프로그램에서 분양가상한제 시행 시기를 묻는 질문에 "부동산 공급 위축 등 부작용도 감안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관계부처 간의 별도 협의와 판단에 의해 시행이 결정될 것"이라며 "국토교통부는 부동산 시장을 잡는 것만 목적이지만 기재부는 부동산 시장뿐만 아니라 경제 전체를 놓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전적으로 옳은 말이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발표 후 부작용은 이미 감지되고 있다. 새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는 풍선효과가 대표적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주까지 서울 아파트 값은 9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는데 준공 10년 이하 아파트가 오름세를 주도했다. 상한제가 적용되는 재건축 단지 공급이 줄면 새 아파트 값이 오를 것으로 보고 수요가 몰린 것이다. 강남의 일부 아파트는 호가가 수억 원 오른 곳도 있다니 주택 시장이 안정될 것이라던 국토부를 무색하게 만든다. 입주가 임박한 단지 위주로 분양권이 최고가에 거래되고 청약 경쟁률이 고공행진하는 것도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 상승 가능성을 예고한다.

분양가상한제 도입으로 예상되는 또 다른 부작용은 건설경기 악화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 건설업 경기실사지수는 전월 대비 11.0포인트 하락한 65.9를 기록했다. 8월 기준으로 2014년 이후 6년 만에 최저치다. 계절적 요인에 더해 분양가상한제 발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다. 수출이 9개월 연속 감소하는 상황에서 건설 경기 위축으로 내수 침체가 더 심해지면 그렇지 않아도 격화되는 미·중 무역전쟁과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벼랑에 몰린 우리 경제는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홍 부총리가 분양가상한제 시행 시기에 대해 한국 경제 전체를 놓고 봐야 한다고 말한 이유다.

지나친 집값 상승은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의 꿈을 멀어지게 하고 청년들의 결혼 기피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부동산 시장 안정화 대책은 필요하다. 그러나 정부가 직접 가격을 통제하는 분양가상한제는 부작용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신중할 필요가 있다. 국토부는 공급 위축이나 로또 분양 등 예상되는 부작용을 차단할 대책을 강구하겠다지만 수요와 공급의 자연스러운 시장원리까지 막을 수는 없다. 섣부른 시행에 앞서 관계부처 간 충분한 협의와 적극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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