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 노하우 알려주는 한국에 손짓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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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그린 원조’ 현장을 가다]
“中, 단순지원 그치고 부실공사로 믿음 안 가”
젊은 공무원들 “한국 가보고 싶다”

“중국이 우간다에 도움을 많이 주지만 별로 믿음이 안 가요.”

20일(현지 시간) 우간다 수도 캄팔라에서 만난 택시기사 크리스 므후므자 씨(31)는 ‘중국의 지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얼굴을 찌푸리며 이렇게 말했다.

미래 자원과 시장을 확보하고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중국은 2000년대 초부터 아프리카 국가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공적개발원조(ODA) 공세를 펼치고 있다. 중국은 우간다에서도 공항과 도로, 댐 건설 등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갖가지 부작용이 나타나면서 중국은 신뢰를 잃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중국의 도움으로 지어진 시설들의 질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중국이 2013년 하반기부터 우간다에 건설하고 있는 카루마 댐의 경우 최근 심각한 하자가 드러나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에티오피아와 말라위 등 인근 국가도 상황은 비슷하다. 중국이 종합운동장과 대형 주택단지 등 사회 인프라를 지어줬지만 준공된 지 얼마 안 돼 건물에 금이 가고 물이 새는 사고가 자주 일어난다고 현지인들은 말했다.

건설 과정에서 필요한 인력과 자재, 자금을 모두 중국에서 조달하는 것에도 현지인들은 불만이 많다. 딩크네 테페라 세계은행 에티오피아사무소 컨설턴트는 “아프리카 국가들은 단순한 시설이 아니라 기술과 노하우에 목말라 하고 있다”며 “이런 부분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ODA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2010년 11월 서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개발 이슈’를 주요 의제로 내놓았다. 2011년 11월 부산에서 열린 세계개발원조총회에서는 양적인 지원을 뛰어넘어 원조의 질 제고를 주창했다. 이후 아프리카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ODA에서 ‘자립 노하우’를 강조한다. 농촌 등 낙후지역 주민들의 의식을 바꾸고 소득수준을 높이는 ODA 활동을 정부와 민간이 함께 벌이고 있다.

박종대 주우간다 대사는 “우간다에서 새마을운동과 과거 한국의 경제개발 정책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며 “자립 노하우 전수에 초점이 맞춰진 한국의 ODA는 중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의 ODA와 구별된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간다의 젊은 엘리트 공무원들은 가장 가보고 싶은 나라로 한국을 꼽는다”며 “우간다의 젊은 인재들을 위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캄팔라·무코노·엔테베=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우간다#아프리카#그린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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