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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무엇이 한국인을 해외 이주로 내모나

입력 : 
2020-02-17 00: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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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해외 이주 신고자가 4037명으로 집계됐다. 6330명이었던 2018년보다는 줄었지만 2017년 1443명에 비하면 3배 가까이 많다. 해외 이주자는 2011년 이후 줄곧 감소세를 보여왔는데 최근 2년 새 큰 폭으로 늘어나 관심을 모은다. 외교부는 기왕에 외국에서 거주해온 영주권 취득자들에 대해서도 신고를 의무화하면서 생긴 착시 효과로 설명한다. 일부 맞는 얘기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순수하게 국내에서 해외로 이민 간 이주자 수는 2017년 825명, 2018년 879명, 2019년 980명 등으로 3년 연속 증가하고 있다. 반면 해외동포가 한국으로 들어오는 영주귀국자 수는 2014년 3561명에서 계속 줄어 2018년엔 1653명이 됐다. 한국을 떠나고 싶어하는 사람은 늘고, 살고 싶어하는 사람은 줄었다는 얘기다. 단순하게 표현하면 '삶터'로서 한국이 갖는 매력이 감소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지난해 해외 이주 알선 업체들이 주최한 미국 투자이민 설명회는 대성황을 이뤘다. 최소 투자금액 인상을 앞두고 마지막 티켓을 구하려는 사람들이 몰린 탓이다. 50만달러에서 90만달러로 투자금액이 인상된 지금도 설명회는 발 디딜 틈이 없다.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계층조차 미국 영주권을 따지 못해 안달하는 배경엔 '불안 심리'가 자리하고 있다. 매경이코노미가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민을 생각하는 이유로 지나친 경쟁 분위기(58%), 교육(43.1%), 미세먼지 등 환경(36.8%), 빈부격차(34.7%), 정부정책 실망(28.1%) 등이 꼽혔다.

저성장 고착화로 사회 역동성과 기회는 줄고 계층 간 이동이 어려워진 것, 과잉경쟁에 따른 삶의 질 하락, 극한의 이념과 정치갈등, 북핵 위기 이후의 안보불안 등 한국의 매력을 갉아먹는 요인은 수도 없이 많다. 세상에 단점 없는 나라는 없다. 중요한 것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보다 나은 내일을 꿈꾸며 오늘을 살 수 있는 희망과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다. 한국은 희망으로 결함을 이겨온 나라다. 그러려면 국가 운영이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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