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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플러스] 조선업 침몰, 외부 요인 외 내부 '구멍'도

입력 2016-05-09 22:14 수정 2016-05-09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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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렇게 조선업을 위기에 빠트린 건 세계 금융위기와 유가하락으로 인해 수요가 줄어든 게 표면적인 이유입니다. 그런데 저희가 만난 전문가들은 외부 요인만 탓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합니다. 정부의 잘못된 예측과 대형 조선소들의 부실 경영으로 구조조정 적기를 놓치며 손실을 키웠다는 겁니다.

계속해서 김태영 기자입니다.

[기자]

한 때 세계 10위 안에 들던 조선소입니다.

하지만 2008년 세계금융위기 직후 수주 물량이 급감하면서 지난해 결국 파산했습니다.

STX나 SPP, 성동조선해양 등 비슷한 규모의 조선소 대부분 비슷한 내리막을 걸었습니다.

금융위기를 거치며 전세계 선박 수요는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었지만, 현대와 대우, 삼성 등 국내 빅3의 전망은 달랐습니다.

이들은 바다에서 석유와 가스 등 해양자원을 시추할 수 있는 해양플랜트 사업을 잇달아 수주하며 위기를 모면했습니다.

[박종식 박사/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 : 2010년도 이후에 고유가를 배경으로 심해석유시추 사업들이 활발해지면서 소위 말하는 오프쇼어 물량들이 들어오면서.]

박근혜 정부도 대선공약에 이어 미래성장동력산업으로 해양플랜트를 내세웠습니다.

2013년 11월엔 해양플랜트가 미래 먹거리 산업이라며 9000억원을 투입해 1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도 밝혔습니다.

그러나 정부와 빅3의 기대와 달리 저유가와 함께 해양플랜트 수주는 이후 급감하기 시작했습니다.

정부의 잘못된 예측과 함께 업체들은 내실을 다지기보단, 몸집 부풀리기에 급급했습니다.

[박종식 박사/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 : 조선업의 위기가 어느정도 지연됐던 게 아닌가. 조선업종에서 최소 5년 이후를 내다보는 비전을 가지고 장사를 해야지.]

해양플랜트 원천 기술이 부족한 상태에서 시공 능력만 믿고 따낸 물량들은 고스란히 부실로 이어졌습니다.

[양종서 선임연구원/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 우리가 기본설계 능력이 없기 때문에 유럽이나 미국에 멀리 떨어져있는 엔지니어링사에서 받아와야 합니다. 그런데 설계를 받아오는 한두달의 시간에 대한 페널티를 조선소가 전부 안아야 하기 때문에.]

국내 업체간 벌인 저가 수주 경쟁은 손실을 더 키웠습니다.

[OO조선소 전 임원 : 해양(플랜트)을 너무 많이 가져왔어요, 우리 능력보다도 많게. 제 살 깎아 먹은 거거든요.]

이러한 배경엔 단기 성과에 급급한 경영진의 판단이 있었습니다.

[대우조선해양 전 직원 : 결과를 보여줘야 사장의 경우 연임이 가능하고. '실적이 안 좋고 매출이 좋다' 그러면 매출 중심으로 보고를 하고.]

실제로 2013년과 2014년에 각각 4천억원의 흑자를 냈다고 발표했던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적자액이 5조5000억원으로 갑자기 불어났습니다.

[산업은행 관계자 : 2012년, 2013년도에 수주한 내용들이 지금 다 터지는 거거든요. 마구잡이로 가져오다 보니까 회사에서 감당이 안 되는 거죠.]

하지만 이 과정에서 경영진은 수십억원을 급여로 챙겼고, 직원들도 천만원 가까운 성과급을 받았습니다.

[김보원 교수/카이스트 경영대학원 : (경영진은) 권력자한테 '자, 내 성과를 보라고' 그런데 2, 3년 뒤에 눈덩이처럼 적자가 불어나 기업이 망할 정도까지 갑니다. 정부도 너무 전시성 정책을 펴요. 국가의 과학기술과 관련된 포퓰리즘은 경계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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