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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재용 불기소 권고는 무리한 대기업수사 관행에 대한 경고다

입력 : 
2020-06-29 00: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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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로부터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에 대한 수사 중단 및 불기소를 권고받은 검찰의 고민이 깊을 것이다. 검찰은 "수사 결과와 심의위 의견을 종합해 최종 처분을 검토할 예정"이라는 짤막한 입장을 내놓았다. 심의위 의견을 수용해야 할 법적 의무가 검찰에 있는 것은 아니다. 2018년 도입된 수사심의위는 이번을 포함해 아홉 차례 소집됐다. 앞서 여덟 차례는 심의위 의견이 100% 수용됐다. 이번에 다른 결정을 하면 삼성이라서 별도 기준을 적용한 것이냐는 '역차별' 논란을 부를 것이다. 반면 1년7개월 수사를 진행해서 기소조차 못 한다면 애초 무리한 수사였다는 것을 자인하는 꼴이 된다.

검찰은 이번 일을 수사 관행을 돌아보는 성찰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수사심의위에 선정된 외부인사들은 모두가 법률전문가도 아니고 방대한 수사기록을 일일이 검토할 시간도 없었다. 대신 법조 방면에 일정 수준 이해가 있고 합리적 상식에 기반해 법률 사안을 판단할 수 있는 소양을 갖춘 지식인들이다. 이들은 이런 기준에서 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충분한지, 기소까지 해야 할 만큼 중대한 혐의인지를 판단했을 것이다. 그 결과 10대3이라는 확실한 차이로 불기소 의견이 나왔다면 그 의미는 가볍지 않다. 상식의 공명을 얻지 못하는 수사는 '공정'의 기준에서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과거 대기업 관련 수사와 재판이 지나치게 기업에 유리하다는 의심을 사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대기업이라서 오히려 불이익을 당한다는 인상을 줄 때가 적지 않다. 대기업 수사는 사실 여부를 떠나 여론이 뜨겁게 반응하고 정치인 수사와 달리 직접적 저항을 불러오지도 않는다. 삼성은 지난 19개월간 경영진 30명이 100여 차례 소환되고 50여 차례 압수수색당했다. 삼성이 아니었어도 이렇게까지 했을까 하는 의구심이 있다. 대기업이라서 특혜를 받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듯 '세 보인다'는 이유로 오기의 공격 대상이 되어서도 안 된다. 수사의 집요함은 오직 공정할 때만 미덕이 될 수 있다. 검찰은 심의위 권고를 가장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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