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치권의 도 넘은 법원·검찰 공격, 민주주의 무너뜨린다

2019.10.10 20:34 입력 2019.10.10 21:01 수정

[사설]정치권의 도 넘은 법원·검찰 공격, 민주주의 무너뜨린다

자유한국당이 조국 법무부 장관 동생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법원을 격하게 비난하고 있다. 영장전담판사를 향해 검찰 출신이라느니, 우리법연구회 출신 법원장이 전격 임명한 배경이 있다느니 온갖 치졸한 공격이 이틀째 계속됐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청와대 맞춤형 기각이자, 조국 감싸기 기각”이라고 했다. 이어 “영장전담판사와 대법원장, 서울중앙지법원장과의 관계를 보면 이념 편향성 논란이 있다”고 했다. 판사 출신으로서 아무런 근거 없이 이념적 잣대를 들이대는 건 도가 지나치다. 한국당 의원들은 대법원장과 서울중앙지법원장을 찾아 항의하겠다고 엄포까지 놓고 있다.

여당이 검찰을 압박한 것도 볼썽사납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의 무리한 수사에 법원이 제동을 건 것” “검찰이 다분히 보여주기식 영장 청구를 한 것”이라고 공개 비판하고 나섰다. 조 장관 동생에 대한 영장 재청구, 부인의 영장 청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검찰을 향해 노골적으로 압박했다고 볼 수 있다. 다분히 수사에 영향을 미치려는 ‘겁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정치권의 이런 태도는 지난 1월 김경수 경남지사 법정구속 때와는 전혀 딴판이다. 당시 민주당은 1심 재판장을 향해 ‘사법농단 적폐세력의 조직적 반격’ 운운하며 탄핵을 추진하겠다고까지 했다. 한국당은 “판결 불복은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민주당을 비난했다. 이번엔 정반대다. 법원 판결이 입맛에 맞으면 감싸고, 그렇지 않으면 비난하는 전형적인 ‘내로남불’인 셈이다. 앞서 이명박 전 대통령 보석 허가,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구속영장 기각,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집행유예 판결 때도 이런 일은 되풀이됐다.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사법부를 감싸거나 비난하는 행태야말로 사법부 독립을 뿌리째 흔드는 ‘사법농단’이 아니고 무엇인가.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언행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도대체 ‘쇠귀에 경 읽기’다.

누구나 판결에 대한 생각이 다를 수 있다. 그러나 공당(公黨)이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법원과 검찰을 무차별 공격하는 것은 법치주의를 위협하는 위험한 행태다. 이러면서 일반 시민들에게는 무슨 낯으로 법과 원칙을 지키라고 할 것인가. 헌법이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한 것은 이를 통해 입법·행정권 남용을 견제하기 위해서다. 이게 삼권분립이다. 법원과 검찰은 권력과 여론의 눈치를 보며 재판하고 수사하는 곳이 아니다. 오로지 사실과 증거, 법리로 판단할 뿐이다. 민주주의를 신봉한다면 지켜야 할 선이 있다. 그 선을 넘는다면 민주주의의 토대가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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