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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는 누구를 위해 춤을 추는가

[오마이뉴스 이주영 기자]

▲ '젠틀맨' 싸이, '시건방춤' 공개 '강남스타일'로 월드스타가 된 '국제가수' 싸이(본명 박재상)가 13일 오후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HAPPENING' 콘서트에서 신곡 '젠틀맨'을 부르며 '시건방춤'을 선보이고 있다.
ⓒ 권우성

KBS는 지난 25일 싸이의 <젠틀맨> 뮤직비디오에 대해 방송 불가 결정을 내렸으나 심의 규정에 맞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 결정을 번복하고 재심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싸이 뮤직비디오에 대한 논란은 최근 들어 일어난 것이 아니다. 18일 <젠틀맨> 뮤직비디오가 공개되던 순간부터 지금까지 누리꾼들은 갑론을박을 반복하고 있다. 싸이다운 익살스러운 유머코드가 잘 버무려졌다는 반응도 있지만, 외국을 따라 한 '포르노 뮤비'라는 극단적인 비판도 있다. 또 여자를 괴롭히며 통쾌하게 웃는 싸이의 모습들이 '한국'의 이미지를 왜곡하여 전달할 수 있다는 우려도 이어졌다.

<강남스타일> 때와는 달리 누리꾼들이 싸이에 대해 조금 더 엄격한 '평가'를 내리는 분위기이다. 이러한 반응은 '싸이=한국'이라는 등식을 세우며 싸이의 영향력이 곧 국위선양과 연결된다는 생각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싸이에게 거는 한국인들의 기대는 어디까지 가있는 걸까.

싸이가 받은 밥상에 얹어진 커다란 숟가락

한국인 월드스타의 탄생은 전례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는 싸이 개인의 성공일 뿐 한국 문화의 성공이라 불릴 수 없다. <강남스타일>이 유튜브를 통해 발 빠르게 입소문을 타면서 미국 빌보드차트에 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싸이의 음악성을 평가하거나 칭송할 수 있는 기준이 되기엔 무리가 있다.

물론 싸이가 인기만큼이나 실력도 인정받는 가수이지만, 외국에서는 아직 '화제의 인물'로 비춰질 뿐 음악성을 인정받기에는 이른 단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싸이는 세계적인 '가수'라기보다 널리 이름을 알린 '스타'가 되었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싸이의 성공으로 곧 K-POP의 음악성이 인정받았다는 평가 또한 소위 말하는 '물타기'일 뿐, 한국 문화의 성공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싸이의 성공과 함께 한국의 성공을 이끌어내려 한다. 한국인 '월드스타'를 통해 한국을 인정받고자 하는 것이다. 싸이의 성공을 자신의 일인 양 자긍심을 느끼고 그가 세계 무대에서 더욱 인정받기를 원하는 대중들의 모습은 마치 김연아와 박태환에게 폭발적인 관심과 응원을 표하던 그때와 닮아 있다.

그러나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에 출전한 김연아와 박태환과는 달리 싸이는 '한국의 대표성'을 가지고 세계 무대에 발을 들인 것이 아니었다. 또 그는 점수나 순위로 성적이 매겨지는 운동선수가 아니라 자신만의 생각과 감성을 표현하는 아티스트다. 싸이에게 한국은 무엇을 기대하는가.

엽기 가수 싸이, 한국을 대표하라?

▲ '싸이' 속에 '비욘세' 있다 '강남스타일'로 월드스타가 된 '국제가수' 싸이(본명 박재상)가 13일 오후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HAPPENING' 콘서트에서 비욘세의 춤을 흉내내고 있다.
ⓒ 권우성

2000년 1집 <새>로 데뷔한 싸이는 엽기가수라고 불릴 만큼 당시 한국의 정서와는 동떨어진 캐릭터였다. 전체 20곡 중 3~4곡을 제외한 전곡이 방송불가 판정을 받을 만큼 노랫말은 불량스러웠으며, 그의 비주얼 역시 '엽기가수'라는 칭호에 한몫했다.

싸이는 그 특유의 개성과 매력으로 주목받았고 그것은 결코 한국과 잘 어울렸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런 엽기가수 싸이에게 '월드스타'가 되었으니 이제 한국을 제대로 알리는 가수가 되라고 요구하는 것은 억지이다.

"<젠틀맨> 뮤비에 대해 말이 참 많다. 그런 상황을 접하고 '나에 대한 기대치가 올라갔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나는 예전부터 고급이 아니었는데, 이번 (노래나 뮤비에 대한 기대가) 너무 그렇게 되지 않았나 싶다."

25일 미국 출국길에서 이렇게 밝혔듯 싸이는 애초부터 '고급' 이미지가 아니었다. 싸이가 고수해오던 B급 이미지를 한국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고급으로 전환할 필요는 없다. 그렇다고 외국의 시선이 집중된 만큼 그들의 입맛을 고려한 음악을 내는 것을 향해 비난할 이유 또한 없다.

싸이에게는 '한국'의 대표가 아니라, 그저 한 아티스트로서의 정체성이 먼저다. 싸이에게는 자신의 음악을 알리는 것이 진정한 의무이지, 한국을 알리는 것이 의무는 아닌 것이다.

싸이의 말춤은 어디로 달려야 하는가

싸이는 자신이 가진 영향력으로 한국을 세계에 알릴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번 <젠틀맨> 안무에 '시건방춤'을 쓴 것도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그는 "앞으로 우리나라의 춤이나 우리나라에 있는 노래들도 많이 리메이크해서 나가볼 생각이다"라고 말하며 자신이 우리나라의 가수들이 세계에 알려질 수 있도록 발판 역할을 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싸이 역시 느끼고 있듯 그가 한국 홍보의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건 분명하다. 하지만 그것은 싸이 스스로 방향을 결정해야 할 일이며 누리꾼이나 국가가 잣대를 들이밀어선 안 된다. 세계의 주목을 받는다고 해서 싸이가 국민의 검열을 받을 필요는 없다. 싸이는 아티스트로서 자유로울 권리가 있다. 그에게 자꾸만 기대와 의무를 짊어주려 하지말자. 그의 신명 나는 말춤은 한순간 '새'가 될지도 모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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