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 뜨는 곳·지는 곳>오창·오송, 한적한 시골이 20년만에 세계적 ‘IT·바이오 메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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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정보기술·생명공학 첨단산업단지로 급부상하고 있는 충북 청주시 청원구 오창과학산업단지 전경. 충북도 제공

오창·오송 과학생명단지

논·밭·임야가 첨단기지 변신

화학·의약품 공장 속속 입주

아산시

비 오면 발 푹푹 빠지던 포도밭

현대차·삼성 가동후 폭발 성장

당진시

한적한 어촌마을이던 충남 당진시 송악읍 해안이 현대제철 당진공장이 들어선 이후 우리나라 대표 공업단지로 변모했다. 현대제철 당진공장 제공

한보철강 부도 지역경제 휘청

현대제철 인수후 대규모 투자

최근 우리나라 산업도시 지도가 급변하고 있다. 2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인적이 거의 없는 한적한 농촌·어촌 마을에 불과하던 충북 청주시(옛 청원군 지역)와 충남 아산·당진시는 말 그대로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말이 가장 어울릴 정도로 시골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최첨단 산업 현장으로 떠오르며 다른 지역으로부터 부러움을 사고 있다. 반면 한때 영화를 누렸던 경북 구미와 울산 동구, 경남 마산 등은 쇠퇴해 산업권력에서 서서히 밀려나며 한숨을 내쉬고 있다. 한편 전남 나주시 등 전국 곳곳에 조성된 혁신도시는 지역의 인구를 늘리고 경제를 살리는 데 ‘효자’ 노릇을 톡톡히 담당하고 있다.

지난 5일 오후 찾아간 충북 청주시의 북쪽 끝자락인 청원구 오창읍·옥산면의 오창과학산업단지는 한국의 대표적인 정보기술(IT)·생명공학(BT) 첨단산업단지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이곳의 LG화학 공장에서는 3900여 명의 근로자들이 편광필름과 2차전지를 생산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인근의 유한양행에서도 300여 명의 직원들이 의약품을 생산하느라 바쁘게 움직였다.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논·밭·임야 등으로 한적한 시골 마을이었던 이곳에 지난 1992∼2001년 945만㎡(286만 평) 규모의 오창과학산업단지에 이어 2007∼2013년 오창읍 주성리 일원 139만㎡(42만 평)에 제2 산업단지가 잇따라 조성되면서 첨단산업 현장으로 바뀌었다. 이곳에는 현재 전기전자와 기계장비, 의료광학, 정밀화학 분야의 161개 기업이 입주해 1만6200여 명의 근로자들이 제품 생산에 비지땀을 쏟고 있다. 이들 기업의 생산액은 2005년 2조1230억 원 규모였으나 연평균 약 10%씩 성장하며 지난해에는 10조290억 원에 이르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산업단지로 떠오르고 있다. 이명재 오창과학산업단지관리공단 이사장은 “오창은 목가적인 옛 모습은 사라지고 생산·연구·주거·상업 기능을 갖춘 자급자족 신도시로 발돋움했다”고 강조했다.

전원 마을이던 청주시의 서쪽 끝에 위치한 흥덕구 오송읍 만수리·연제리 일원은 한국을 대표하는 바이오산업단지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1997년부터 2008년까지 259만5000㎡(78만5000평)에 조성된 오송생명과학단지에는 2009년 10월 화장품 생산업체인 ㈜파이온텍의 공장 준공을 시작으로 현재 의약품·화장품, 의료기기, 건강기능식품, 생명공학 연구·개발업 등 바이오 관련 49개 기업이 입주했다. 2010년에는 질병관리본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6대 보건의료 국책기관이 이전했다.

충남 아산시 탕정면 일대는 비만 오면 발이 푹푹 빠지는 포도밭에 불과했으나 1995년 TV와 휴대전화, 태블릿PC 등에 들어가는 액정표시장치(LCD)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를 생산하는 총 456만㎡(138만 평) 규모의 삼성디스플레이가 들어선 이후 세계적인 첨단산업 지역으로 도약했다. 기존의 현대자동차 아산공장과 함께 삼성디스플레이 등 양대 글로벌 기업이 풀가동하자 지역 경제도 폭발적인 성장을 구가했다. 1995년 이후 2014년까지 아산시는 한적한 농촌에 온천관광지 정도가 있던 지역이었으나 지금은 전국에서 가장 역동적인 ‘청년도시’로 발돋움했다. 인구는 15만 명에서 31만 명으로 2.1배, 기업체 수는 451개에서 2250개로 4.5배나 폭풍 성장했다. 시 예산 규모도 1774억 원에서 9777억 원으로 4.5배 증가했다. 지난해 아산지역 수출액은 415억 달러에 무역흑자액 395억 달러를 기록해 5년 연속 전국 1위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복기왕 아산시장은 “아산시는 수년 내에 제2 서해안고속도로와 서해선 복선전철이 신설되는 등 20년 후 지방 10대 도시로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충남 서해안의 한적한 어촌 마을이던 당진시는 이제 포항·광양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철강도시’로 도약했다. 1997년 한보철강 부도로 침체의 늪을 헤매던 지역 경제는 2004년 현대제철이 한보철강을 인수한 이후 비약적인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현대하이스코와 동국제강, 동부제철 등 철강기업도 잇따라 입주했으며 현대제철은 지난 8년간 당진공장의 제철사업에 9조9000억 원을 투자했다. 인구와 기업 등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 2012년 군에서 시로 승격돼 현재 인구가 16만여 명에 이른다.

평택·당진항은 국내 신흥 항만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2020년 당진항이 42선석, 8224만t의 하역능력을 갖추면 국내 5대 무역항으로의 도약과 함께 글로벌 환황해 중심도시로의 비상이 예상된다. 현재 총 61개 선석(당진 30선석, 평택 31선석)이 운영 중이며 국내 항만 중 유일하게 물동량이 4.3% 증가하면서 해운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김홍장 당진시장은 “2030년까지 인구 50만 명의 자족도시이자 전국 5대 종합무역항을 보유한 도시로 성장하기 위한 전략을 마련해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청주 = 고광일, 아산·당진 = 김창희 기자 ki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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