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훈 대표, 좌파가 장악한 책들에 위기 느껴 신문사 퇴직 후 출판사 설립
태영호 공사 '3층 서기실의 암호'…출간 후 시중서점서 종합베스트셀러 1위 달성
우파 자양분 공급…작년부터 올해까지 9권짜리 전집 포함 '박정희 시리즈' 제작

도서출판 기파랑이 지난 2년간 출판한 책 중 일부.(윤희성 기자)

 

최근 출판계의 핫이슈는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의 증언집 '3층 서기실의 암호'였다. 교보문고, 영풍문고 등 시중서점들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발행된 태 공사의 책은 5월 셋째 주 종합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고 인터파크 등에서는 주간 베스트셀러에 2주간이나 올라 있었다. 이 책을 내놓은 출판사는 도서출판 기파랑이었다.

도서출판 기파랑은 '태영호 증언집'의 폭발적 인기 덕분에 창립 이래 처음으로 단일 서적을 10만 부 이상 인쇄하는 경험도 했다. 기파랑 관계자는 "태 공사의 책이 얼마나 판매됐는지 아직 집계가 되지 않아 정확한 실적을 파악할 수는 없지만 인쇄한 책이 총 14만 부였고 이는 회사 창립 후 처음으로 10만 부를 넘긴 것"이라고 말했다. 

주적(主敵)인 북한의 김정은을 친구라고 말하며 우리 국민들을 적으로 만든 문재인 대통령이 태 공사의 책을 금서(禁書)로 지정할 수도 있다는 소문이 SNS상에서 돌면서 품귀 현상까지 일어나기도 했고 북한 조선중앙통신까지 태 공사를 공식적으로 비난하면서 책 홍보를 적극 도왔다. 

태 공사의 책은 문재인-김정은이 만드는 거짓 평화를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우파들을 이론적으로 무장시킬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은 전 세계 사람들에게 북한의 정확한 실상과 김정은에 대해 정확히 보여준다. 태 공사는 책을 통해 평화라는 가면을 쓰고 비핵화라는 거짓을 유포하며 세계를 누비는 김정은과 북한의 실상을 공개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속, 6·13 지방선거의 참패 등 지난 2년간 우파로 살아가기에 불편했던 현실에서 태 공사의 책이 대중들에게 인기를 얻은 것은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었다. 

안병훈 대표(사진 왼쪽)와
박정자 교수.(기파랑 제공)

도서출판 기파랑은 1965년부터 2003년까지 38년간 조선일보에서 근무하면서 정치부장, 편집국장, 대표이사 부사장 등을 지낸 정통 언론인 출신의 안병훈 대표가 2005년 4월 창립한 출판사다. 

신문사 재직 때부터 한국 사회의 심각한 좌경화에 위기의식을 느껴온 안 대표는 자신이 생각하는 역사 바로세우기 작업을 책을 통해 구현하고자 신문사 퇴직 후 출판사를 설립했다. 그는 "한 나라의 국민의식은 그 나라에서 출간된 책의 총화(總和)와 비례하는데 지금 우리 사회의 이념적 혼란과 극단적 좌경화 현상은 지난 30년 이상 축적돼 온 좌파성향의 책들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안 대표는 "우파는 나라의 발전과 번영을 위해 묵묵히 맡은 일에 몰두하느라 이론의 생산이나 확산에는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자국민을 지옥으로 내몰고 권력을 세습해 전 세계에 웃음거리가 되고 있는 북한을 미화하고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준 우리의 체제는 오히려 악으로 규정하는 몽매(蒙昧)주의가 지금 대한민국에서 판을 치고 있다"고 개탄했다.

안 대표의 부인인 박정자 상명대 명예교수 역시 도서출판 기파랑이 뚜렷한 방향성을 유지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PenN 객원 칼럼니스트이기도 한 박 교수는 불문학 박사로 작년 12월 프랑스 혁명에서 희생된 마리앙투아네트의 이야기를 쓴 일본인 작가 엔도 슈사쿠의 '여혐의 희생자 마리앙투아네트'(전2권)를 기획·출간하며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프랑스 혁명에서 희생된 마리 앙투아네트를 통해 설명하기도 했다.

도서출판 기파랑은 삼국유사에 수록된 신라시대 향가 찬기파랑가의 주인공 기파랑에서 그 이름을 따왔다. '어두운 구름을 헤치고 나와 세상을 비추는 달의 강인함, 끝간 데 없이 뻗어나간 시냇물의 영원함, 그리고 겨울 찬서리 이겨내고 늘 푸른빛 잃지 않는 잣나무의 불변함'을 출판사의 정신으로 삼고 있다. 

좌경화된 국민들이 뽑은 좌파 정권이 들어선 엄혹한 시기에도 도서출판 기파랑의 작업은 왕성했다. 태 공사의 책 외에도 꾸준히 우파들에게 정신적 자양분을 제공했다. 특히 대한민국의 산업혁명을 이끈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책들이 많이 눈에 띈다.

지난달 16일에는 '4.19와 5.16-연속된 근대화 혁명'이라는 제목의 책을 세상에 선보였다. 김광동 나라정책연구원장이 쓴 이 책은 4.19와 5.16이 상호 대립적인 것이 아니라 계승적인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5천 년 한반도 역사 상 민주주의는 대한민국이 건국된 1948년 8월 15일에 이뤄졌고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체제를 도입한 48년 체제야말로 대혁명이었다고 설명하며 4.19와 5.16은 학생과 군이 주도했다는 점에서는 다르지만 대한민국 근대화를 달성하는 것에 상호 보완적 역할을 했고 '한강의 기적'이라는 열매를 맺었다고 설명한다.

지난 4월에는 '1952년 부산, 이승만의 전쟁'이라는 책을 냈다. 1952년의 1차 헌법개정(이하 개헌) 또는 대한민국 최초의 직선제 개헌이 '부산정치파동'이라는 다소 명예롭지 못한 이름으로 기억되고 있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해소하기 위해 66년 전의 진실을 현직 방송PD인 저자가 파헤친다.

1995년 KBS 교양PD로 입사해 '퀴즈탐험, 신비의 세계', 'TV쇼 진품명품' 등을 연출한 저자 주인식 PD는 1950년 6·25전쟁부터 전시 임시수도였던 부산에서 1952년 무슨 일이 있어났는지 추적한다. 개헌 직후 치러진 대한민국의 최초 직선제 대통령 선거(제2대)에서 현직 이승만 대통령이 74.6%라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당선된 배경에 대해 다루고 있다. 

 

도서출판 기파랑이 작년에 출간한 '박정희 전집'.(기파랑 제공)

 

도서출판 기파랑은 작년 11월에 박정희 대통령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9권으로 구성된 박정희 전집을 발간했고 올해도 '박정희 시리즈'를 계속해서 제작하고 있다. 전집은 박 대통령이 생전에 남겼던 시집과 더불어 단행본으로 출간됐던 '우리 민족이 나갈 길', '국가와 혁명과 나', '민족의 저력', '민족중흥의 길' 등 4권을 영인본과 남정욱 작가가 풀어 쓴 평설 4권까지 총 9권으로 구성돼 있다.

올해도 '10월 유신과 국제정치'(이춘근 저), '박정희의 옆얼굴'(김용삼 저), '북핵을 바라보며 박정희를 회상한다'(김태우 저), '박정희, 동반성장의 경제학'(좌승희 저), '박정희는 노동자를 착취했는가'(류석춘 저) 등 '박정희 시리즈' 출판을 이어가고 있다.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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