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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군사적 도발 가능성까지 언급한 北, 스스로 무덤 파고 있다

입력 : 
2020-06-15 00: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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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전단 비난에서 시작된 북한발 긴장 조성이 남북 간 핫라인 중단에 이어 급기야 군사 행동 위협으로까지 치닫고 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은 지난 13일 담화에서 "곧 다음 단계의 행동을 취할 것"이라며 "머지않아 쓸모없는 북남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다음번 대적(對敵) 행동의 행사권은 우리 군대 총참모부에 넘겨주려고 한다"며 "우리 군대 역시 인민들의 분노를 다소나마 식혀 줄 그 무엇인가를 결심하고 실행할 것이라 믿는다"고 말해 군사행동을 사실상 공식화했다.

김여정은 지난 4일 첫 담화에서 대북전단 살포를 거세게 비난했고 9일엔 남북 간 통신채널 폐기와 대적 관계 전환을 지시한 바 있다. 대남 공세수위를 단계적으로 높여오고 있는 것이다. '당 중앙'으로 불릴 정도로 영향력이 커진 김여정이 주문한 만큼 군사행동 실행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우선 군사분계선 5㎞ 이내 포병사격 및 야외기동훈련을 재개해 2018년 체결된 9·19 남북군사합의를 원점으로 돌릴 가능성이 있다. 전방 군사력 증강 및 훈련을 통해 긴장을 높이려 들 것이다.

북한이 이렇게 나오는 것은 한국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설득해 대북 경제제재를 풀게 하는 데 목적이 있다. 잘못된 계산이다. 미국에 북한은 중국 문제의 하위 변수일 뿐이다. 중국과 전방위에서 힘겨루기를 진행 중인 미국이 북한이라는 구멍이 커지는 것을 용납할 리 없다. 북한이 강하게 나온다면 한국과 미국은 상응하는 군사적 조치를 취할 것이다. 한미연합훈련이 재개 또는 강화되고 전략무기들이 한반도에 상시 전개될 것이다. 평양 시민들조차 생활고를 겪는 형편에 북한은 무슨 수로 감당할 것인가. 만에 하나 천안함이나 연평도 포격 같은 직접 공격을 생각한다면 그 전에 김정은은 자신의 운명과 체제까지 걸 각오를 해야 한다.

한국 정부는 관성화되다시피 한 대북 유화 기조를 돌아봐야 한다. 결국 북한은 바뀌지 않았다. 북한 체제의 본질이 그렇다. 지금 정부가 그렇게 만든 것은 아니지만 본질을 잊은 접근법은 위험하다. 대화도 필요하지만 때로는 침묵과 단호한 거부가 힘을 발휘할 때도 있다. 우리가 힘이 있고 그 힘을 제대로 쓸 수 있다는 사실을 주지시켜야 한다. 그러면 저들은 결코 덤비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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