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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20대 국회 국민연금 개혁, 정부 단일안으로 불씨 살려라

입력 : 
2019-11-18 00: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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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정기국회가 끝나면 20대 국회의 입법 동력은 사실상 소실된다. 총선을 코앞에 둔 국회가 중요한 의제를 처리한 전례가 거의 없다. 20대 국회가 그렇게 끝난다면 소멸될 법안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그중에는 국민연금 개혁안도 포함된다. 심각한 문제다. 국민연금 고갈은 우리 공동체가 시간과 겨루는 싸움이다. 개혁이 늦어질수록 선택지는 줄어들고 감당해야 할 충격과 고통은 커진다.

지금 정부와 국회에선 이런 위기감을 느낄 수 없다. 보건복지부가 국민연금 개혁안을 국회에 제출한 것이 지난해 말이다. 그로부터 1년이 다 돼가는 동안 국회에선 아무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1차적인 책임은 정부에 있다. 정부는 (1)현행 유지 (2)현행 유지하되 기초연금 40만원으로 인상 (3)소득대체율 45% 상향, 보험료율 12% 인상 (4)소득대체율 50% 상향, 보험료율 13% 인상 등 사지선다안을 제출했다. 정부는 국회 자문기구가 아니다. 국민 개개인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정부안이 따로 없다는 것은 책임 회피로밖에 볼 수 없다. 정부안이 있어야 이를 중심으로 국회 토론이 집중적으로 이뤄진다. 그래도 될까 말까 한 판에 사지선다로 안을 제시했으니 국회가 의지를 보일 턱이 없다. 국회, 특히 야당은 지금도 "정부도 선택하지 못하는 것을 왜 국회에 떠미느냐"며 정부·여당의 의지 부족을 문제 삼고 있다.

사회적 타협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도 지난 8월 '소득대체율 45% 상향, 보험료율 12% 인상'을 다수안으로 하는 세 가지 복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정부가 책임을 회피하니 경사노위도 그 비슷한 태도를 취했다고 볼 수 있다. 정부안, 경사노위안 모두 국회 논의를 촉진시키는 효과는 전혀 없다. 이 같은 비판을 의식했는지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정부 단일안을 내놓겠다"고 말했으나 최근엔 "여야정 토론을 해서 만드는 게 현실적"이라고 또 물러섰다.

국회에 제출된 복수 개혁안 중 국민연금 고갈 문제를 영구적으로 해결할 방안은 없다. 고갈 시기를 지연시키는 효과가 있을 뿐이다. 어차피 이는 한 번의 개혁으로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10년 안팎의 간격을 두고 그때그때 필요한 조치를 취함으로써 지속가능성을 유지해가는 것이 현실적인 해법이다. 그러기 위해선 정부와 국회가 개혁이 요구되는 시점에 의무를 회피하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지금 정부는 국회에 선택을 미루고, 국회는 정부 탓을 하며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 다음 국회가 이 문제를 처리하리란 보장도 없다. 이번엔 총선이지만 그다음엔 대선이다. 연금 개혁을 처리하기에 적당한 정치적 시간표는 존재하지 않는다. 차일피일 개혁 타이밍을 놓치는 새 국민연금은 손도 대지 못할 골칫덩어리로 변해갈 것이다. 20대 국회가 국민연금 개혁 임무를 방기한 비겁한 국회로 기록되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논의 불씨를 살려야 한다. 그 출발점은 정부의 단일안 제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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