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北 결핵 치료 지원 20년…함제도 신부

입력 2017.12.23 (08:19) 수정 2017.12.23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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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북한은 결핵 환자 수가 10만 명을 훌쩍 넘길 정도로 결핵 문제가 심각합니다.

이같은 북한 결핵 퇴치에 노력해온 유진벨 재단과 함께 지난 20년 세월을 북한 결핵 환자 돕기에 나선 미국인 노사제가 있습니다.

함제도, 라는 우리 이름으로 사목 활동을 하고 있는데요.

그가 북한 결핵 퇴치에 나선 이유를 <남북의창>이 단독으로 확보한 북한 현지 영상과 함께 정은지 리포터가 전해드리겠습니다.

<리포트>

지난 11월. 벌써 온 세상이 눈으로 하얗게 덮인 이곳은 북한의 한 마을입니다.

여러 항생제에 이미 내성이 생겨 치료가 어려운 이른바 다제내성 결핵 환자들을 돕기 위해, 빙판 길을 무릅쓰고 달려온 이들은 유진벨 재단 방북 대표단인데요.

<녹취>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북한 핵개발에 따른 대북 제재 강화로 자칫 방북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까 걱정이 많았다고 합니다.

<인터뷰> 함제도(신부/메리놀 외방선교회) : "아주 힘들었어요. 미국 정부에서 가지 말라고 했는데, 나는 그냥 방문하는 것도 아니고 도우미, 환자를 위해서 약품 갖다 주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2개월 후에 미국 (특별) 여권을 따로 줬습니다."

살을 에는 추위... 그러나 야외에서 환자들의 기초 체력 검사와 균 검사를 위한 객담 채취를 합니다.

결핵은 공기로 전염되기 때문에 환자 뿐 아니라 의료진과 방북 대표단 모두 추위를 견뎌내야 합니다.

여든을 훌쩍 넘긴 함제도 신부도 이 자리에 함께 했는데요.

<인터뷰> 함제도(신부/메리놀 외방선교회) : "밖에서 하니까 진짜 추웠어요. 환자 위해서 우리팀도 어렵습니다. 그런데 서로 생각하는 것은, 같이 인간답게 사는 겁니다."

함제도 신부는 스물다섯 살이던 1960년 한국 땅에 처음 발을 내 딛었습니다.

이후 57년 동안 한국인과 동고동락하며 살아왔는데요.

그중 20 여년을 북한 결핵 환자 치료에 헌신하고 있습니다.

어떤 분인지 함께 만나보실까요?

서울 사무실에서 만난 함제도 신부는 3주 동안의 방북 활동 뒤 피로가 채 가시지 않은 모습이었습니다.

그런데 벌써부터 내년 봄 방북을 걱정합니다.

<인터뷰> 함제도(신부/메리놀 외방선교회) : "약품을 살 수 있는지, 약품을 살 수 있으면 어떻게 보내는지, 혹시 못 가게 되면 환자에게 어떻게 줄 수 있는지... 아무도 가지 못하면 신입 환자를 못 받아요."

북한의 결핵 상황은 매우 심각합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결핵 약에 내성이 생긴 균에 의해 발병하는 ‘다제내성 결핵’.

<인터뷰> 인세반(유진벨재단 회장) : "통계에 의하면, 이 지역(유진벨재단 활동지역)에서만 1년에 새 환자가 3천 명이 나옵니다. 치료는 확실히 되는데, 다시 또 치료하게 되면 치료해야 할 사람이 더 많아집니다. 그러니까 계속 환자 수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18개월 동안 약과 주사 등으로 진행하는 유진벨 재단의 치료 프로그램을 통해서 현재 환자들은 75%의 완치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녹취> 北 다제내성결핵 환자 가족 : "처음에 우리 아들 여기 처음 들어왔을 때는 정말 한심했습니다. 진짜 솔직히 나는 숨만 쉬지 죽은 사람으로 생각했습니다. 약을 쓰면서 식사도 잘하고 몸무게가 불고 하니까, 나도 너무 기뻐서 울었습니다. 운 게 한 두 번이 아닙니다."

<녹취> 北 다제내성결핵 치료센터 의료진 : "이 약을 먹기 전에 피를 토하고 기침하고 숨차고 피를 토하던 사람들이 이 약을 먹고 완치해서 나갈 때 제일 기쁘고, 의사로서 긍지를 느낍니다."

하지만 이들도 중간에 약을 끊으면 치료에 실패 하고, 결국 목숨을 잃게 됩니다.

함제도 신부가 벌써부터 다음 방북 걱정을 하는 이윱니다.

오랜 시간 한결 같은 그의 진심은 북한 주민들에게 그대로 전해지고 있는데요.

<인터뷰> 함제도(신부/메리놀 외방선교회) : "처음에 동무, 동지, 이제 신부 선생 이렇게. 왜냐하면 ‘님’자를 북한에선 안 쓰죠. 20년 동안 지냈으니까 그래서 할아버지라고 불러요, 이제."

함 신부는 북한 환자들에게 약을 전할 때, 약을 보낸 사람들이 남한 동포라는 점을 꼭 강조합니다.

통일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동포애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신혜경(수녀) : "북한 주민들 환자들 생각하고 막 이렇게 하는 거 보면 정말 나는, 우리는 같은 한국 국민으로서 뭐하고 있나..."

그는 또 오랜 세월 한국인들과 지내다 보니 한국 사회의 변화도 체감하고 있는데요.

안타까움도 적지 않습니다.

요즘 들어 한국 사회에서 느끼는 가장 큰 변화로, 함제도 신부는 ‘무관심’을 꼽았습니다.

북한 결핵 환자를 돕는 일도 정치나 종교를 떠나 인간적 도리, 즉 인도주의적 관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하는데요.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 북한 동포에 대한 관심이 통일의 길을 여는 데도 도움이 되리라고 강조합니다.

유진벨 재단은 방북 보고를 통해 다시 한번 북한 결핵 환자들의 실태를 전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결핵의 심각성을 인식한 북한 보건성 국가결핵통제계획 책임자 최동철의 편지도 공개했는데요.

<인터뷰> 인세반(유진벨재단 회장) : "우리(유진벨재단)는 지금 1000명 밖에 치료하지 못하기 때문에 더 치료했으면 좋겠다. 3천 명 치료하게 좀 해 주십사 하는 이런 부탁이었거든요. 우리한테 호소한다는 것은 사실 한국 사회한테 호소한다는 것이죠."

이런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함제도 신부는 가톨릭 평신도 단체로부터 받은 상금 10만 달러를 북한 결핵 환자들을 위해 내놓았습니다.

치료에 실패한 환자들에서 비롯된 다제내성 결핵의 확산을 막고 그들이 편안히 눈 감을 수 있는 호스피스 병동을 짓기 위해섭니다.

<인터뷰> 함제도(신부/메리놀 외방선교회) : "편안하게 깨끗하게 좀 따뜻하게 살 수 있는 방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거는 내 소원, 몇 년 동안의 소원이었습니다."

20년 세월을 중단 없이 북한 결핵 치료에 헌신해 온 함제도 신부.

그 원동력은 ‘한국 국민들의 사랑’이었다고 강조합니다.

그 사랑이 담긴 약 상자를 6개월 후 약속된 그 날에 북한에 꼭 전할 수 있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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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北 결핵 치료 지원 20년…함제도 신부
    • 입력 2017-12-23 08:24:18
    • 수정2017-12-23 08:31:42
    남북의 창
<앵커 멘트>

북한은 결핵 환자 수가 10만 명을 훌쩍 넘길 정도로 결핵 문제가 심각합니다.

이같은 북한 결핵 퇴치에 노력해온 유진벨 재단과 함께 지난 20년 세월을 북한 결핵 환자 돕기에 나선 미국인 노사제가 있습니다.

함제도, 라는 우리 이름으로 사목 활동을 하고 있는데요.

그가 북한 결핵 퇴치에 나선 이유를 <남북의창>이 단독으로 확보한 북한 현지 영상과 함께 정은지 리포터가 전해드리겠습니다.

<리포트>

지난 11월. 벌써 온 세상이 눈으로 하얗게 덮인 이곳은 북한의 한 마을입니다.

여러 항생제에 이미 내성이 생겨 치료가 어려운 이른바 다제내성 결핵 환자들을 돕기 위해, 빙판 길을 무릅쓰고 달려온 이들은 유진벨 재단 방북 대표단인데요.

<녹취>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북한 핵개발에 따른 대북 제재 강화로 자칫 방북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까 걱정이 많았다고 합니다.

<인터뷰> 함제도(신부/메리놀 외방선교회) : "아주 힘들었어요. 미국 정부에서 가지 말라고 했는데, 나는 그냥 방문하는 것도 아니고 도우미, 환자를 위해서 약품 갖다 주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2개월 후에 미국 (특별) 여권을 따로 줬습니다."

살을 에는 추위... 그러나 야외에서 환자들의 기초 체력 검사와 균 검사를 위한 객담 채취를 합니다.

결핵은 공기로 전염되기 때문에 환자 뿐 아니라 의료진과 방북 대표단 모두 추위를 견뎌내야 합니다.

여든을 훌쩍 넘긴 함제도 신부도 이 자리에 함께 했는데요.

<인터뷰> 함제도(신부/메리놀 외방선교회) : "밖에서 하니까 진짜 추웠어요. 환자 위해서 우리팀도 어렵습니다. 그런데 서로 생각하는 것은, 같이 인간답게 사는 겁니다."

함제도 신부는 스물다섯 살이던 1960년 한국 땅에 처음 발을 내 딛었습니다.

이후 57년 동안 한국인과 동고동락하며 살아왔는데요.

그중 20 여년을 북한 결핵 환자 치료에 헌신하고 있습니다.

어떤 분인지 함께 만나보실까요?

서울 사무실에서 만난 함제도 신부는 3주 동안의 방북 활동 뒤 피로가 채 가시지 않은 모습이었습니다.

그런데 벌써부터 내년 봄 방북을 걱정합니다.

<인터뷰> 함제도(신부/메리놀 외방선교회) : "약품을 살 수 있는지, 약품을 살 수 있으면 어떻게 보내는지, 혹시 못 가게 되면 환자에게 어떻게 줄 수 있는지... 아무도 가지 못하면 신입 환자를 못 받아요."

북한의 결핵 상황은 매우 심각합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결핵 약에 내성이 생긴 균에 의해 발병하는 ‘다제내성 결핵’.

<인터뷰> 인세반(유진벨재단 회장) : "통계에 의하면, 이 지역(유진벨재단 활동지역)에서만 1년에 새 환자가 3천 명이 나옵니다. 치료는 확실히 되는데, 다시 또 치료하게 되면 치료해야 할 사람이 더 많아집니다. 그러니까 계속 환자 수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18개월 동안 약과 주사 등으로 진행하는 유진벨 재단의 치료 프로그램을 통해서 현재 환자들은 75%의 완치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녹취> 北 다제내성결핵 환자 가족 : "처음에 우리 아들 여기 처음 들어왔을 때는 정말 한심했습니다. 진짜 솔직히 나는 숨만 쉬지 죽은 사람으로 생각했습니다. 약을 쓰면서 식사도 잘하고 몸무게가 불고 하니까, 나도 너무 기뻐서 울었습니다. 운 게 한 두 번이 아닙니다."

<녹취> 北 다제내성결핵 치료센터 의료진 : "이 약을 먹기 전에 피를 토하고 기침하고 숨차고 피를 토하던 사람들이 이 약을 먹고 완치해서 나갈 때 제일 기쁘고, 의사로서 긍지를 느낍니다."

하지만 이들도 중간에 약을 끊으면 치료에 실패 하고, 결국 목숨을 잃게 됩니다.

함제도 신부가 벌써부터 다음 방북 걱정을 하는 이윱니다.

오랜 시간 한결 같은 그의 진심은 북한 주민들에게 그대로 전해지고 있는데요.

<인터뷰> 함제도(신부/메리놀 외방선교회) : "처음에 동무, 동지, 이제 신부 선생 이렇게. 왜냐하면 ‘님’자를 북한에선 안 쓰죠. 20년 동안 지냈으니까 그래서 할아버지라고 불러요, 이제."

함 신부는 북한 환자들에게 약을 전할 때, 약을 보낸 사람들이 남한 동포라는 점을 꼭 강조합니다.

통일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동포애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신혜경(수녀) : "북한 주민들 환자들 생각하고 막 이렇게 하는 거 보면 정말 나는, 우리는 같은 한국 국민으로서 뭐하고 있나..."

그는 또 오랜 세월 한국인들과 지내다 보니 한국 사회의 변화도 체감하고 있는데요.

안타까움도 적지 않습니다.

요즘 들어 한국 사회에서 느끼는 가장 큰 변화로, 함제도 신부는 ‘무관심’을 꼽았습니다.

북한 결핵 환자를 돕는 일도 정치나 종교를 떠나 인간적 도리, 즉 인도주의적 관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하는데요.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 북한 동포에 대한 관심이 통일의 길을 여는 데도 도움이 되리라고 강조합니다.

유진벨 재단은 방북 보고를 통해 다시 한번 북한 결핵 환자들의 실태를 전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결핵의 심각성을 인식한 북한 보건성 국가결핵통제계획 책임자 최동철의 편지도 공개했는데요.

<인터뷰> 인세반(유진벨재단 회장) : "우리(유진벨재단)는 지금 1000명 밖에 치료하지 못하기 때문에 더 치료했으면 좋겠다. 3천 명 치료하게 좀 해 주십사 하는 이런 부탁이었거든요. 우리한테 호소한다는 것은 사실 한국 사회한테 호소한다는 것이죠."

이런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함제도 신부는 가톨릭 평신도 단체로부터 받은 상금 10만 달러를 북한 결핵 환자들을 위해 내놓았습니다.

치료에 실패한 환자들에서 비롯된 다제내성 결핵의 확산을 막고 그들이 편안히 눈 감을 수 있는 호스피스 병동을 짓기 위해섭니다.

<인터뷰> 함제도(신부/메리놀 외방선교회) : "편안하게 깨끗하게 좀 따뜻하게 살 수 있는 방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거는 내 소원, 몇 년 동안의 소원이었습니다."

20년 세월을 중단 없이 북한 결핵 치료에 헌신해 온 함제도 신부.

그 원동력은 ‘한국 국민들의 사랑’이었다고 강조합니다.

그 사랑이 담긴 약 상자를 6개월 후 약속된 그 날에 북한에 꼭 전할 수 있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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