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와 한글 읽을때 뇌는 다르게 반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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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4.11.16. 오후 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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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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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와 (B)는 각 각 한자 와 한글단어를 읽으 때 와 과제를 수행하고 있지 않을 때와의 비교를 나타낸 그림이고 (C)는 한글단어를 읽을 때 한자단어를 읽을 때에 비해서 뇌활성화가 증가된 영역을 보여주는 그림, (D)는 한자단어를 읽을 때 한글단어를 읽을 때에 비해서 뇌활성화가 증가된 영역을 보여주는 그림이다.

'한글전용' vs '한문혼용' 논란에 대한 첫 과학적 접근

가천대 뇌과학연구소 "한문혼용이 뇌영역 활성화에 도움"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한글과 한자를 읽을 때 뇌가 활성화되는 영역에 서로 큰 차이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는 최근 국어학계에서 '한글 전용'과 '국한문 혼용'을 두고 논쟁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가천대 뇌과학연구소 조장희·김영보·김남범 박사팀으로 구성된 연구팀은 최근 한자와 한글을 읽을 때 활성화되는 뇌 부위와 인지력에 차이가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기능자기공명영상(fMRI)을 이용한 두 건의 비교 연구를 실시했다.

첫번째는 한자와 한글단어를 읽을 때 뇌가 활성화되는 부위의 차이를 알아보기 위한 시험이었다. 시험 참가자들은 한자를 잘 읽을 줄 아는 평균나이 28세의 성인 12명(남여 각 6명)이었다.

연구팀은 이들에게 한자교육진흥원(KAPHE)에서 5급 수준으로 정한 2음절 한자단어 150개와 자주 접하는 한글단어 150개를 정한 뒤 한 단어당 1초씩 30초 동안 30개를 보여주고 30초를 쉬는 방식으로 발성 없이 속으로만 읽도록 했다.

이 결과 한자단어를 읽을 때는 한글단어를 읽을 때에 비해 좌반구의 브로카영역(Broca's area)과 전운동영역(premotor-motor area), 상두정엽(superior parietal cortex), 방추상화(fusiform gyrus)를 포함한 2차 시각피질 부위(extrastriate cortex)의 뇌활성화가 증가하는 것으로 관찰됐다.

이에 비해 한글단어를 읽을 때는 좌반구의 각이랑(angular gyrus)과 하전전두엽(inferior prefrontal area)에서만 증가된 뇌활성화가 나타났다. 한글 읽기와 한자 읽기의 뇌활성화 부위가 서로 다르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조장희 박사는 이에 대해 "한자 읽기의 뇌활성화 부위가 많다고 해서 한자가 더 우수하다고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며 "표음이나 표의 등 한자와 한글이 가진 여러 서로 다른 특징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또 한자와 한글이 가지는 형태소 특성에 따른 인지기억력의 차이를 알아보는 실험도 진행했다. 평균나이 27세의 성인 12명(남 7명, 여 5명)을 대상으로 한 이 실험에서는 fMRI 영상을 촬영하면서 4가지 종류의 한자와 한글이름 40개를 무작위로 보여준 뒤 촬영이 끝난 후에는 이미 보여줬던 40개를 포함한 80개 이름을 1분, 10분, 120분 간격으로 섞어 보여주고 기억나는 이름을 찾도록 했다.

쉽게 말해 美玉, 貞玉, 현자, 동은 등의 이름을 섞어 보여준 뒤 시간대별로 기억나는 이름을 골라내라는 방식이다. 시험 참가자에게는 자기공명영상 촬영 후 인지기억력 평가가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이 실험에서는 한자이름이 한글이름보다 1분에서 120분까지 모두 인지기억이 오래 유지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자의 경우 인지기억의 정확도가 각 1분, 10분, 120분 후 0.96, 0.88, 0.79로 나왔지만 한글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0.52, 0.28, 0.12로 측정됐다.

연구팀은 인간의 인지기능이 시각 위주로 진화해왔고, 한자 자체가 한글보다 시각적 측면이 강조된 상형문자이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책임자인 김영보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한자와 한글의 뇌 활성화 영역이 서로 크게 다른 만큼 학생들에게 한자와 한글을 병행 교육한다면 조기에 더 많은 뇌영역을 활성화시킬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면서 "한글과 한자병행의 논란에 대해 과학적으로 분석을 시도한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를 담은 논문은 대한의학회에서 발간하는 국제학술지(JKMS) 최근호에 발표됐다.

bi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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