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어제 동해상으로 단거리 발사체 2발을 발사했다. 지난해 11월 28일 함경남도 연포 일대에서 초대형 방사포를 쏜 지 95일 만이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한동안 잠잠했지만 예상됐던 일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아니었다면 좀 더 이른 시기에 도발했을 가능성이 높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말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미국을 겨냥해 새로운 전략무기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며 위협한 바 있다.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 이후 교착 상태에 빠진 비핵화 협상을 유리한 국면으로 이끌기 위한 도발을 암시했던 것이다.
하지만 전 세계가 코로나19 확산으로 패닉에 빠져 있는 시기에 미사일을 쏜 것은 제정신이 아니다. 모든 국가가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판에 미사일 도발로 주변 국가들을 위협하는 나라를 어느 누가 정상 국가로 보겠는가. 더욱이 문재인 대통령이 '3·1절 기념사'에서 코로나19 대응에 남북 보건 협력이 필요하다며 선의를 보인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적대 행위로 응수한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 일각에서는 미사일 발사가 대외용인 아닌 내부 결속을 노린 것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그렇다 해도 이 와중에 미사일 도발은 어떤 이유로든 정당화될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국제사회는 북한을 걱정스러운 눈으로 보고 있다. 북한은 대외적으로 코로나19 감염 환자가 한 명도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의구심을 제기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수천 명을 '의학적 감시 대상자'로 격리하고 있다면서 환자가 없다는 발표는 신뢰성이 떨어진다. 만에 하나 북한 전역으로 코로나19 감염이 확산되면 방역 물자와 인력이 부족한 북한이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북한이 지금 전력을 기울어야 할 일은 코로나19 전염 확산을 차단하는 것이다. 미사일 발사라는 도박으로 국력을 낭비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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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 와중에 미사일 쏜 北 제정신인가
- 입력 :
- 2020-03-03 00: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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