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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막가는 美·中 무역 보복전 이젠 멈춰라

입력 : 
2019-08-26 00: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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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이 상대에 대한 관세 부과로 보복과 맞보복을 이어가며 세계 경제를 혼돈으로 밀어넣고 있다. 중국이 750억달러어치 미국산 수출품에 추가 관세 부과를 발표하자 미국은 중국산 5500억달러어치 관세를 원래보다 5%포인트씩 인상하기로 맞불을 놨다. 구체적으로 보면 중국은 지난 23일 미국 주력 수출품인 원유와 대두 등 750억달러어치에 5%와 10% 추가 관세를 9월 1일과 12월 15일로 나눠 부과한다고 밝혔다. 관세를 면제하던 미국산 자동차와 차 부품에도 12월 15일부터 각각 25%, 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5%를 부과하기로 한 2500억달러어치 중국산 제품 관세율을 10월 1일부터 30%로 인상하겠다고 했다. 3000억달러어치에는 9월과 12월에 각각 1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했다.

중국 결정에 대한 미국의 맞대응은 트럼프의 트윗을 통해 나왔다. 그만큼 신속했고 여러 표현에 감정이 얹힐 만큼 거칠었다. 트럼프는 그동안 '친구'라고 치켜세우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서슴없이 '적'이라고 불렀다. 미국 기업들에는 "기업을 고국으로 되돌리고 미국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것을 포함해 즉시 중국에 대한 대안을 찾기 시작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써 중국 시장에서 나오라는 직설적인 요구까지 했다. 그러면서 1977년 발효된 국제비상경제권법을 언급하며 법적 근거가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트럼프의 이런 거친 언사는 다음달 워싱턴DC에서 열릴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이 예정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를 걱정하게 만든다. 미·중 무역협상이 이른바 노딜, 즉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결렬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중국의 관세 부과 발표는 뉴욕 증시를 바로 주저앉혔다. 미 국채 장단기물 금리 역전으로 급락했다가 회복세를 보이는 중이었는데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더욱이 트럼프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 추가 인상 맞대응은 지난 23일 장 마감 후 나와 26일 개장 후까지 충격이 이어질 듯하다. 금융시장부터 무역질서에 이르기까지 세계 경제를 흔들고 있는 미·중 무역전쟁을 양국은 당장 멈춰야 한다. 사태가 지속되면 미국과 중국에 전체 수출의 40%가량을 의존하고 있는 우리가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듯 가장 큰 피해를 입을 수 있으니 이를 최소화해야 한다. 가뜩이나 암초가 많은데 미·중 무역전쟁이 2%대 턱걸이에 안간힘을 쓰는 올 성장률을 깎아내릴까 걱정이다. 두 나라를 벗어나 유럽연합(EU)이나 아세안 등으로 수출 대상을 확대하고 글로벌 공급망에서 효율적인 대안을 찾아 수입처로서 의존도 역시 낮춰야 한다. 미국과 중국 시장을 유지하며 관세를 피하려면 기업들이 현지에 직접 생산기지를 구축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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