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방역망 밖 첫 확진자·일본 전역 확산, 경계 늦추지 말아야

2020.02.16 20:08 입력 2020.02.16 20:09 수정

국내에서 29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해 16일 격리조치됐다. 닷새 만에 새로 발생한 이 확진자에게는 종전의 환자와 다른 점이 있다. 82세의 고령인 이 환자는 지난해 12월 이후 해외여행을 다녀온 적이 없는 데다 지금까지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과 접촉한 사실도 없다는 것이다. 정부가 관리하는 방역망 바깥에서 처음으로 환자가 나온 셈이다. 국내 감염자 9명이 퇴원하고, 중국에서 귀국한 교민들이 일상으로 돌아가는 등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던 참에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감염자가 나와 당혹스럽다.

보건 당국이 29번째 확진자에 긴장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당초 이 환자는 심장 질환으로 동네 병원 두 곳을 거쳐 고대안암병원 응급실에 왔다가 폐렴이 발견돼 코로나19 진단 검사 결과 양성 판정을 받았다. 감염원과 이미 접촉한 상태에서 선별진료도 받지 않은 채 병원 두 곳을 돌아다니다 큰 병원에 와서야, 그것도 다른 질환을 치료하던 중 우연히 감염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당국의 방역 관리망 바깥에 있는 원 감염자에 의해 바이러스가 옮았다면 보통 일이 아니다. 또한 이는 원 감염자가 ‘무증상 감염’ 상태에서 지역사회에 머무르면서 또 다른 사람을 감염시켰을 수 있다는 말이다. 이번 29번째 환자의 사례는 증상이 경미한 상태에서도 빠르게 전파되는 코로나19의 특성을 재확인하는 동시에 국내에서도 지역사회 감염이 시작됐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코로나19가 국제적으로 계속 창궐하는 것도 문제이다. 발병지 중국에서 코로나19의 확산세가 둔화했다고 하지만 지역사회 유행은 지속되고 있다. 크루즈 내 집단 감염으로 방역에 실패한 일본에서도 감염자가 열도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15일 하루에만 도쿄에서 8명의 신규 환자가 나오는 등 홋카이도에서부터 오키나와까지 11개 지방자치단체에서 환자가 발생해 지역사회 감염이 시작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싱가포르에서도 지역사회 전파가 시작됐다.

방역 당국은 29번째 환자의 감염 경로를 신속히 규명하는 등 후속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이번 사례를 계기로 지역사회 감시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요양병원처럼 노인이나 환자 등 감염에 취약한 사람들이 있는 시설은 더 철저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 개강을 앞두고 입국하는 7만여명의 중국 유학생에 대한 방역관리 대책도 확실히 마련해야 한다. 중국과 달리 일본 쪽으로는 하늘과 바닷길이 모두 열려있는 데다 출입국 통제도 상대적으로 느슨하다. 바이러스 유입을 막을 꼼꼼한 대응책이 필요하다. 아직 코로나19에 대한 경계를 늦출 때가 아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