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또 샐러리맨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9일 리튬이온전지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노벨화학상 공동수상자로 선정된 요시노 아키라(71)는 대학이 아닌 화학기업 아사히카세이의 명예펠로다. 일본에서 24번째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나온 것도 놀랍지만 평범한 샐러리맨의 노벨상이라 더 관심이 쏠린다. 그는 교토대 대학원 졸업 후 24세 때인 1972년 아사히카세이에 입사해 지금까지 이 회사에 재직 중이다. 배터리 기술개발 담당부장, 2차전지사업그룹장 등을 맡으며 연구에 주력해왔다. 박사 학위를 취득한 것도 57세인 2005년이 돼서였다.
일본의 기업 소속 연구자가 노벨상을 받은 것은 벌써 네 번째다. 2002년 시마즈제작소 연구원이었던 학사 출신 다나카 고이치가 화학상을 받아 화제가 됐다. 1973년 물리학상을 수상한 에사키 레오나와 2014년 물리학상을 받은 나카무라 슈지도 기업에 있을 때 노벨상 업적을 만들어냈다. 일본이 노벨상 대국이 된 것은 메이지유신 때부터 기초과학에 투자하고 과학자들을 해외에 보낸 게 주효했다. 이들이 학맥을 형성하며 근대과학을 일본에 이식한 것이 밑거름이 됐다. 학계뿐 아니라 기업 연구실에서 노벨상 성과가 나오는 것은 더 희망적이다. 이는 기업이 원천기술 거점으로 일본 기초과학 연구 생태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한우물 연구'를 보장하고 실패를 용인하는 기업 연구 풍토도 한몫하고 있다. 요시노 씨는 1981년부터 리튬이온전지 개발에 매달려왔는데 개발 후 3년간 전혀 매출이 나지 않다가 10년 만인 1995년부터 팔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실패한 9개의 연구가 있어서 성공하는 사례도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매년 노벨상의 계절만 되면 우리는 "한국은 왜 노벨상을 못 타냐"며 원인을 찾다가 곧 잊어버린다. 노벨상에 대한 조급증을 버리고 기초과학 투자, '돈 안 되는 연구' 지원, 대학·기업 연구 생태계 조성 등을 차근차근 실천해나갈 때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 상세
사설
[사설] 샐러리맨이 노벨상 받는 일본의 연구 생태계
- 입력 :
- 2019-10-11 00:02:01
인기뉴스
2024-05-08 11:39 기준
-
1
“91m 아래로 ‘꽝’, 사람은 멀쩡”…한국車가 살렸다더니, 또 美쳤다 [왜몰랐을카]
2024-05-07 07:15:00
-
2
“지진나면 전부 다 죽겠네”... 외벽 휘어진 신축 브랜드 아파트 역대급 하자
2024-05-07 16:35:28
-
3
“연금이 갑자기 줄었다” 어르신 항의 빗발…기초연금 대폭 감액, 이유가
2024-05-07 11:27:24
-
4
수능만점 명문대 20대 의대男, 강남 한복판서 여자친구 살해 ‘충격’
2024-05-07 22:51:47
-
5
“5년차 이상 희망퇴직 받아라”... 잘나가는 대기업인줄 알았는데
2024-05-07 10:55:10
-
6
고속도로 색깔 유도선 도입한 도로공사 직원, 국민훈장 받는다
2024-05-07 14:30:00
-
7
“이건 기적”…식물인간 남편 10년간 간호했더니 생긴 일
2024-05-06 20:11:59
-
8
인천 새 호텔에 수백명 몰렸다…삼성이 만든 볼거리에 ‘탄성’
2024-05-06 11:39:48
-
9
“죽어갔는데, 집밥이 되살렸다”…해마다 마이너스 찍던 ‘이것’ 5년만에 매출 쑥
2024-05-06 23:01:53
-
10
‘이제 아침밥 얻어먹는’ 남희석, 전국노래자랑 ‘시청률 논란’에 앞으론…
2024-05-07 22:00:23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