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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샐러리맨이 노벨상 받는 일본의 연구 생태계

입력 : 
2019-10-11 00: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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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또 샐러리맨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9일 리튬이온전지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노벨화학상 공동수상자로 선정된 요시노 아키라(71)는 대학이 아닌 화학기업 아사히카세이의 명예펠로다. 일본에서 24번째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나온 것도 놀랍지만 평범한 샐러리맨의 노벨상이라 더 관심이 쏠린다. 그는 교토대 대학원 졸업 후 24세 때인 1972년 아사히카세이에 입사해 지금까지 이 회사에 재직 중이다. 배터리 기술개발 담당부장, 2차전지사업그룹장 등을 맡으며 연구에 주력해왔다. 박사 학위를 취득한 것도 57세인 2005년이 돼서였다.

일본의 기업 소속 연구자가 노벨상을 받은 것은 벌써 네 번째다. 2002년 시마즈제작소 연구원이었던 학사 출신 다나카 고이치가 화학상을 받아 화제가 됐다. 1973년 물리학상을 수상한 에사키 레오나와 2014년 물리학상을 받은 나카무라 슈지도 기업에 있을 때 노벨상 업적을 만들어냈다. 일본이 노벨상 대국이 된 것은 메이지유신 때부터 기초과학에 투자하고 과학자들을 해외에 보낸 게 주효했다. 이들이 학맥을 형성하며 근대과학을 일본에 이식한 것이 밑거름이 됐다. 학계뿐 아니라 기업 연구실에서 노벨상 성과가 나오는 것은 더 희망적이다. 이는 기업이 원천기술 거점으로 일본 기초과학 연구 생태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한우물 연구'를 보장하고 실패를 용인하는 기업 연구 풍토도 한몫하고 있다. 요시노 씨는 1981년부터 리튬이온전지 개발에 매달려왔는데 개발 후 3년간 전혀 매출이 나지 않다가 10년 만인 1995년부터 팔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실패한 9개의 연구가 있어서 성공하는 사례도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매년 노벨상의 계절만 되면 우리는 "한국은 왜 노벨상을 못 타냐"며 원인을 찾다가 곧 잊어버린다. 노벨상에 대한 조급증을 버리고 기초과학 투자, '돈 안 되는 연구' 지원, 대학·기업 연구 생태계 조성 등을 차근차근 실천해나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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